새움출판사 판 <이방인>
번역 전문가 이현우씨 주장
“역자 이정서는 새움 간판이름”
새움 “필요하면 역자가 밝힐 것”
“역자 이정서는 새움 간판이름”
새움 “필요하면 역자가 밝힐 것”
카뮈 <이방인> 번역 논쟁(<한겨레> 12일치 14면, 14일치 27면 참조)이 새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서’라는 필명을 쓴 새움출판사 판 <이방인>(사진) 번역자가 이 출판사 대표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러시아문학자이자 번역 전문가인 ‘로쟈’ 이현우는 13일 밤 자신의 블로그 ‘로쟈의 저공비행’(http://blog.aladin.co.kr/mramor)에 올린 글에서 ‘이정서’가 새움출판사 대표 이대식씨라고 주장했다. ‘당신들의 가면은 위험하다’는 제목을 단 이 글에서 그는 “출판계에서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던 사실인데, <이방인>의 역자 이정서는 새움출판사의 이대식 대표다”라고 단언하며 몇가지 ‘근거’를 댔다.
로쟈의 주장은 <이방인>보다 한달 정도 앞서 역시 ‘이정서’라는 필명으로 새움출판사에서 나온 소설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가 같은 제목으로 2001년에 냈던 책의 개정판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2001년판 <당신들의…>의 지은이 이름은 ‘이환’으로 되어 있으며 “2000년 단편소설 <케네디를 찢다>(<비평과전망> 제2호)로 작품 발표 시작. 장편소설 <너를 부르마>가 있다. 현재 DESIGN NAMU를 운영하고 있다”라는 필자 소개가 곁들여진 바 있다.
로쟈는 역시 새움출판사 대표와 직원들이 필자로 함께 참여해 지난해 낸 소설 <출판24시>(새움)의 첫 대목에 ‘이정서 대표’가 등장한다는 사실을 유력한 방증으로 든다. 이 소설의 첫 대목은 이러하다.
“이정서 수비니겨 출판사 대표는 어제 신입사원이 치르고 간 시험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시험지는 곧 출간될 원고에 일부러 오자와 비문을 만들어 넣어 출제해둔 것인데, 응시자는 생각보다 문장을 매만지는 솜씨가 괜찮았다.”(9쪽)
로쟈는 “‘이정서’는 새움출판사의 거의 ‘간판’ 같은 이름인 듯싶다”며, ‘이정서’가 곧 이대식 대표라는 트위터 글을 소개하고 있다. ‘섯버’(@rmakstkfrhtlvek)라는 이가 13일 올린 글로 “이정서=이대식 새움출판사 대표인데 왜 다들? 모르는 척? 아님 진짜 모름?” “뭔가 이방인 번역과정 역시 하나의 소설로 준비중이고 알고 보니 ‘번역24시’를 위한 밑밥이었다. 소재제공 감사여 ㅋ 이런 느낌”이라 되어 있다.
출판인 최진규씨 역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역자 프로필에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의 저자라고 적혔던데, 그렇다면 역자 이정서는 이환이라는 필명으로 그 소설을 썼던 새움출판사 대표 본인 아닌가”라며 ‘이정서’가 이대식 대표라는 주장을 폈다. 출판계에서는 만약 출판사 대표가 자신이 만든 책의 노이즈마케팅을 위해 익명을 이용한 것이라면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과 관련해 이대식 대표는 <한겨레> 기자와 문자 연락에서 “필요하다면 이정서씨가 밝힐 것(…)익명과 필명은 구분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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