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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해설은 시인의 축제에 동참하는 협업이죠”

등록 2014-04-20 19:58

문학평론가 중에서 시집 해설을 가장 활발히 쓰고 있는 유성호 교수(한양대). “해설은 비평을 통해 창작에 다가가는 친화적 작업”이며 “그런 점에서 해설을 쓰면서 가장 유념하는 부분은 시인의 ‘심장’과 ‘발길’”이라고 했다.  김성광 기자 <A href="mailto:flysg2@hani.co.kr">flysg2@hani.co.kr</A>
문학평론가 중에서 시집 해설을 가장 활발히 쓰고 있는 유성호 교수(한양대). “해설은 비평을 통해 창작에 다가가는 친화적 작업”이며 “그런 점에서 해설을 쓰면서 가장 유념하는 부분은 시인의 ‘심장’과 ‘발길’”이라고 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시집해설 전문가 유성호 교수
텍스트의 빛나는 부분 객관화
시인의 숨겨진 장점 재발견
문학평론가 유성호 교수(한양대 국문과)는 문단에서 ‘시집 해설 전문가’로 통한다. 소설보다는 시 비평에 주력하는 평론가가 적지 않지만 유 교수만큼 시집 해설을 많이 쓰는 이는 따로 찾기 어렵다. 1999년 김응교 시집 <씨앗/통조림>(하늘연못)에서부터 시작한 그의 해설은 어느덧 100권을 훨씬 상회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한달이 채 안 되는 사이에만도 <홍원항>(강웅순, 고요아침), <인삼반가사유상>(배우식, 천년의시작), <수원 남문 언덕>(최동호, 서정시학) 등 시집 세권이 그의 해설을 달고 나왔다.

“그러고 보니 열심히 썼네요. 한해 평균 7~10권씩 균질적으로 써 온 것 같습니다. 시인들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에다가, 외람되지만 사적 관계에서도 되도록 장점을 발견하려는 저의 성정 같은 게 어우러진 결과인 것 같습니다.”

17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유 교수는 우리 문단에서 시집 해설이 일반화한 것이 1970년대 말에 시작된 문학과지성사의 시집 시리즈 ‘문학과지성 시인선’에서부터라고 소개했다.

“초창기 우리 문단의 시집은 지인(知人)의 서문이나 발문이 들어 있는 경우, 시인 자신의 서문이나 후기가 들어 있는 경우, 아무런 글이 없이 작품만 있는 경우 등 크게 세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세 경우 어디에도 비평가의 ‘해설’이 실리지는 않았죠. 그러다가 ‘문학과지성 시인선’에서부터 비평가의 해설이 들어가는 관행이 생겼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셈입니다.”

그는 시집 해설이 초창기 우리 문학의 서문 및 발문의 전통을 잇는 것이며 그런 점에서 비판적 분석과 평가보다 해당 시집의 장점을 찾아 시인의 축제에 동참하는 일종의 협업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지니고 있다.

“원래 비평의 참뜻은 텍스트의 빛나는 부분을 찾아 그것을 설득력 있는 언어로 객관화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창작집의 해설만큼은 이른바 ‘주례사 비평’으로 비난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주례사’를 가장 따뜻하고 생산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해설의 임무겠지요.”

유 교수는 시집 해설의 제1 독자이자 최종 독자는 시인 자신일 것이라고 했다.

“시집 해설은 비평가가 임의로 텍스트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 작품들 가운데 좋은 작품을 가려내고 그 결과를 논리적으로 조직할 필요가 있어요. 많은 독자가 해설을 통해 시인의 시세계 이해에 도움을 얻는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시인 스스로 자신의 숨겨진 장점을 비평가의 눈을 통해 재발견하는 측면도 크지요.”

그런 점에서 그는 ‘해설이 시보다 어렵다’는 비난은 받지 않으려 노력한다. 명료하고 논리적으로 딱 떨어지는 글 그리고 나중에 해당 시인을 연구하려는 학자와 평론가에게 필요한 조감도가 될 수 있는 글을 쓰려 한다. “그래서 대체로 해당 시집에 한정하지 않고 시인의 이전 시집까지 포괄하려고 노력합니다.”

‘해설 전문가’인 그가 유일하게 발문 형식으로 쓴 시집이 대학 동기인 나희덕의 <어두워진다는 것>이었다. 그간 해설을 쓴 시인에는 김남조·유안진·강은교·문인수 같은 원로에서부터 김승희·도종환·최두석·고재종 같은 중진, 유홍준·권혁웅·신용목 같은 젊은 시인들까지가 두루 포진되어 있다. 선배 평론가로서 시집을 낸 구중서·정현기 교수의 시집 해설도 그의 몫이었다.

“‘미래파’로 불리는 젊은 시인들의 시집 해설은 비교적 적게 쓴 편입니다. 제가 옹호하는 ‘리얼리즘’과 ‘서정성’이라는 두 축에 그네들 시가 안 맞는 경우도 있고 세대론적 측면도 분명히 있겠죠. 앞으로는 젊은 시들을 제 논리대로 분석하는 데 정성을 기울이려 합니다.”

유성호 교수는 평론과 강의 외에 ‘문학과사상연구회’ ‘임화문학회’ ‘근대서지학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시작> <서정시학> <문학의 오늘> <대산문화> 같은 잡지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기도 하다. 6년간 미뤄 온 평론집을 올해 낼 계획이라는 그는 현재 ‘시의 인문학’이라는 책을 쓰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한국현대시사 1945-2000’을 계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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