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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혀끝에 살살 녹는 인류 문명사

등록 2014-04-27 19:39수정 2014-04-28 14:29

음식을 고리로 역사 조망
19가지 메뉴로 종횡무진
간단한 레시피 소개는 덤
그림 철수와영희 제공
그림 철수와영희 제공
10대와 통하는 요리 인류사
권은중 글, 심상윤 그림
철수와영희·1만3000원

종횡무진. 이 책을 보면 떠오르는 말이다. 매일 먹고 마시는 밥 한그릇, 차 한잔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는 인류가 불을 발견한 선사시대부터 중세 유럽 십자군 전쟁, 근대 철학의 발전과 2011년 이집트 유혈사태까지 시공간을 숨가쁘게 넘나든다. 지은이는 음식이 곧 문명이라는 철학에 기반해 인류의 역사를 조망하고자 한다. 야심적 프로젝트이면서도 ‘깨알재미’가 곳곳에 콕콕 박혀 술술 읽히는 이야기책이다.

테이블보 위에 올라가는 메뉴는 19가지 코스. 음식의 출발점인 불과 물부터 물고기, 빵, 후추, 고기, 설탕, 감자, 콜라, 햄버거까지 총망라돼 있다. 후추 편은 로마제국의 후추 사랑에서 시작된다. 서양인의 주식인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는 데 기막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로마인들에게 멀고 먼 인도에서 가져오는 후추는 보석보다 귀한 음식이었다. 후추처럼 인도나 아랍 쪽에서 나오는 향신료에 대한 서양인들의 열망은 침략과 정복의 역사를 낳았다. 탐험가들이 희망봉을 찾아낸 이유는 후추를 확보하기 위해서였고 후추 전쟁에서 승리한 포르투갈은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팔아넘기며 부를 불려나갔다. 설탕과 커피의 전파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먹는 이에게는 달콤한 혀의 행복이지만 음식문화의 발전은 인류의 ‘흑역사’와 같은 길을 걸어온 셈이다.

콜라와 햄버거의 탄생은 이제 주요 음식의 본적지가 산이나 바다 같은 자연에서 공장으로 옮겨졌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아프리카 콜라 열매와 카페인, 탄산을 섞어 콜라를 만든 회사는 이 난데없는 음료수를 많이 팔기 위해 산타클로스를 끌어들였다. 그리고 산타에게 빨간 털옷을 입혔다. 코카콜라 로고의 색깔이 붉은색이었기 때문이다. 산타 하면 바로 떠오르는 붉은색은 이처럼 일개 회사의 마케팅에서 시작된 것이다.

각 장에 부록으로 그리스 신화에서 한나 아렌트까지 주제를 확장시키는 읽을거리와 초간단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혀로 배우면 절대 잊지 않는다’고 하니 읽는 데서 끝내지 않고 소개된 요리를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은 독후감 방법일 듯하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그림 철수와영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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