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전집 운문 번역에 도전하는 최종철 교수. “영문학사상 영어를 가장 아름답게 구사한 작가가 셰익스피어인데 그의 운문 형식을 무시한 번역으로는 잃는 게 너무도 많다”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셰익스피어 운문 번역’ 최종철 교수
셰익스피어 전집
국내엔 모두 산문으로 번역돼
상징성·긴장감·상상력 떨어져 1편에 1년반…전집 2019년 마무리
“영어운문에 우리 운율 3·4조 적용
리듬 살리니 쾌감·긴장감 느껴져” “영어의 운문 형식을 우리말로 어떻게 옮겨 올 것이냐가 관건이었어요. 우리 시의 기본 운율인 삼사조에 적용해 보았습니다. 우리말 대사 한 줄의 자수를 최소 열두자에서 열여덟자로 제한하고 그 안에서 적절한 자수율을 찾아보았죠. 그러자 답이 나왔어요.” 그런 방식으로 1993년 첫 운문 번역 <맥베스>를 선보인 이래 4대 비극 나머지 작품과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을 같은 방식으로 번역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한 그가 이참에 아예 셰익스피어 전집 번역 계획을 세우고 그 첫 두권(사진)을 먼저 내놓았다. <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좋으실 대로> <십이야> <잣대엔 잣대로>가 포함된 ‘희극 1’편과 <헨리 4세> 1·2부와 <겨울 이야기> <태풍>이 포함된 ‘사극·로맨스 1’편이 그것이다. “가령 <한여름 밤의 꿈>은 테세우스의 이런 대사로 시작됩니다. ‘자, 아름다운 히폴리타, 이제 우리 혼인날이/ 빨리 다가오는구려. 행복한 나흘 뒤면/ 새 달이 뜬다오. 근데 저 낡은 달은/ 얼마나 느리게 기우는지! 계모나 과부가/ 젊은이의 재산을 오랫동안 축내듯이/ 내 욕망을 질질 끌어 풀 죽게 만든다오.’ 여기서 문장이 행을 건너 이어지는 형식은 결혼을 앞둔 테세우스의 흥분 상태를 효과적으로 표현합니다. 또 짧은 몇 문장 뒤에 이어지는 긴 문장은 그가 느끼는 시간의 지루한 흐름을 형식 차원에서 보여주죠.” 뜻을 정확히 옮기면서 리듬감도 살리자니 여느 번역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압축 효과를 위해 순우리말과 한자어를 섞어 쓰는 방식을 택했다. 다른 번역이나 저술과는 담을 쌓고 오로지 셰익스피어 번역에만 매달리고 있음에도 희곡 한편을 제대로 옮기는 데 평균 1년반이 걸리는 지난한 작업. 그런 힘든 과정을 거쳐 희곡 38편과 소네트 154편, 장시 2편과 짧은 시들을 망라하는 셰익스피어 전집 번역은 2019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귀찮고 까다로운 운문 번역을 굳이 왜 하느냐고요? 제 번역을 한번 소리 내서 읽어 보세요. 그러면 일정한 리듬이 주는 쾌감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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