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상’ 공동 수상작 2편
정재민씨 ‘보헤미안 랩소디’ 와 이동원씨 ‘살고 싶다’
정재민씨 ‘보헤미안 랩소디’ 와 이동원씨 ‘살고 싶다’
세계일보사가 주관하는 ‘세계문학상’은 올해 공동 수상작을 냈다. 정재민(왼쪽)씨의 <보헤미안 랩소디>와 이동원씨의 <살고 싶다>가 그것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사기 진료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복수를 하고자 의사를 고발한 젊은 판사가 의사를 감싸는 거대한 기득권 세력에 부닥치는 가운데 정신분석을 받으면서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자전소설이고, <살고 싶다>는 군 병원을 무대로 삼아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선악의 실체를 탐구한 작품이다. 이동원은 요즘 추세대로 시나리오를 오래 쓰다 소설로 방향을 튼 경우고, 정재민은 현직 판사라는 이채로운 직업의 소유자다. 출판사 나무옆의자에서 펴낸 두 소설 저자들을 21일 낮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판사가 왜 소설을 쓰느냐는 질문을 종종 듣습니다. 어찌 보면 진짜 ‘이야기’들을 계속 보고 있으니까 문학 작품을 접하는 효과도 없지 않지만, 법이 다루는 실제 사건은 천편일률적인데다 법률적 사실 확인에 그치는 한계가 없지 않죠. 그러나 거짓 속에서 진실을 찾는다는 면에서는 재판과 소설이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정재민)
“10년 가까이 영화와 만화 시나리오를 써 오다 뒤늦게 소설로 장르를 바꾸어 작년에 청소년소설을 첫 책으로 냈는데 별 주목을 받지 못해 낙심해 있던 차에 두번째 소설로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글을 계속 써도 된다는 격려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이동원)
이씨가 그 자신 군 복무 당시 허리와 무릎 부상으로 군 병원에 입원했던 경험을 바탕 삼아 <살고 싶다>를 쓴 것처럼, 정씨 역시 퇴행성관절염을 앓던 어머니가 류머티즘 전문의의 사기 진료에 속아 돌아가신 사실을 의사인 아내의 도움으로 알아낸 뒤 실제로 소송을 벌였던 경험을 소설에 담았다. “소설에 그려진 대로 그 의사는 결국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현직 판사로서 그런 사법 체계의 문제를 드러내는 게 부담스럽긴 했지만, 소설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정신분석을 통한 개인 내면의 상처 회복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사진 나무옆의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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