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공지영(왼쪽)이 지난 13일(현지시각) 영국 중부 소도시 하워스의 브론테 자매 생가 앞에서 ‘공지영과 함께 떠나는 영문학기행’ 참가자들에게 브론테 자매 소설과 자기 문학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지영과 함께 떠난 영문학기행
“영국의 변덕스런 날씨로 고생할까 봐 날씨 좋으라는 기도를 계속 했는데, 어젯밤에는 기도를 하지 않았어요. <폭풍의 언덕> 무대는 날씨가 궂어야 제격일 것 같아서죠. 브론테 자매의 생가를 찾는다는 생각에 잠을 설칠 정도로 설레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했지만 작가로 살 용기를 내지 못했던 제게 <제인 에어>는 큰 힘을 주었어요. 대학에서 영문학을 만난 건 저에게는 축복과도 같았습니다.”
지난 13일 오후(현지 시각) 영국 중부 소도시 하워스. <제인 에어>의 작가 샬럿 브론테와 <폭풍의 언덕>의 작가 에밀리 브론테 자매가 살며 글을 썼던 교구 목사관 앞 뜰에서 작가 공지영이 스무명 남짓한 독자들에게 설명을 했다. 한겨레신문사가 주관한 ‘공지영과 함께 떠나는 영문학기행’ 참가자들이었다. 이들은 제임스 조이스와 오스카 와일드, 조너선 스위프트의 자취가 남아 있는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을 시작으로 월터 스콧과 로버스 루이스 스티븐슨의 에든버러, 윌리엄 워즈워스의 그라스미어, 하워스, 셰익스피어의 스트래트퍼드어폰에이번, 제인 오스틴의 바스, 토머스 하디의 도체스터 같은 작가 연고지와 코츠월드, 스톤헨지, 런던 등 역사·문화 유적을 9일부터 19일까지 둘러보았다. 동행한 작가 공지영은 혼자서 시와 소설을 쓰던 중학생 무렵부터 영문학과로 진학한 대학 시절을 거쳐 소설가로 살고 있는 현재까지 영문학 작가와 작품에서 받은 영향 그리고 자신의 삶과 작품에 대해 솔직하고 진지한 설명을 곁들였다.
한겨레신문 독자 20여명과 동행
제인 오스틴 등 작가의 연고지
영국의 역사·문화 유적 돌아봐
“‘제인 에어’는 내 문학의 바탕”
자신의 삶·작품 세계도 이야기
참가자 “작가 마음 알 수 있었다”
“소설이라는 장르의 탄생은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과 그에 따른 노동자 계급 형성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노동자 계급 출신 지식인이 자신과 부모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게 곧 소설인 것이죠. 그 대표자가 찰스 디킨스입니다. 당연히 소설은 노동자 계급의 열악한 삶의 조건에 관심을 지니고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게 마련입니다.” 공지영은 자신이 문학에서나 삶에서나 ‘정치’를 중시하는 까닭, 외모와 사생활에 치우친 일그러진 관심에 대한 불편함, 7년 절필 과정을 거쳐 다시 문학을 필생의 업으로 받아들이게 된 과정, 첫 문장이 떠올라야 비로소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는 ‘비밀’ 등을 허물없이 털어놓았다.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에서 사다리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하는 독자들의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을 했다. “우선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평소에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해요. 문장은 짧게 압축해서 쓰도록 해 보세요. 구체적인 묘사에 신경을 쓰시구요. 요즘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글쓰기 환경이 잘 되어 있으니까 그런 공간을 활용해 자꾸 써 버릇하면 점점 글이 좋아지는 걸 느끼실 거예요.” ‘기도빨’을 자부하는 가톨릭교도 공지영의 기도 덕분인지 기행 내내 날씨는 더 바랄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 그리고 노란 유채밭, 제주의 오름을 떠오르게 하는 낮은 언덕과 너른 풀밭, 그 위에서 평화로이 풀을 뜯는 양들, 특히 4월에 태어나 세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둘러보거나 깡총거리면서 생명의 기쁨을 온몸으로 분출하는 새끼 양들의 모습에 일행은 자주 탄성을 내질렀다. “영국의 시골과 자연이 이토록 아름다울 줄은 몰랐다” “시와 소설에 묘사된 자연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그 작품들의 의미가 더욱 확실하게 다가온다”고 일행은 입을 맞추듯 말했다. 기행 참가자 박미애씨는 “평소 팬이었던 공지영 작가와 함께 여행하며 이렇게 친구처럼 어울릴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작가가 글을 쓸 때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아파하면서 쓰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경임씨는 “영문학 작가와 작품 현장을 돌아보고 공지영 작가의 설명을 듣다 보니 전에 읽었던 작품들을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작가 공지영의 생각도 독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번 기행은 저에게도 무척 보람되고 행복한 기회였습니다. 제 소설의 독자들과 이렇게 오랫동안 가깝게 어울려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제인 에어>나 <테스> 같은 영문학 작품들이 내 문학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기도 했구요.” 더블린·하워스·런던/글·사진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제인 오스틴 등 작가의 연고지
영국의 역사·문화 유적 돌아봐
“‘제인 에어’는 내 문학의 바탕”
자신의 삶·작품 세계도 이야기
참가자 “작가 마음 알 수 있었다”
“소설이라는 장르의 탄생은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과 그에 따른 노동자 계급 형성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노동자 계급 출신 지식인이 자신과 부모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게 곧 소설인 것이죠. 그 대표자가 찰스 디킨스입니다. 당연히 소설은 노동자 계급의 열악한 삶의 조건에 관심을 지니고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게 마련입니다.” 공지영은 자신이 문학에서나 삶에서나 ‘정치’를 중시하는 까닭, 외모와 사생활에 치우친 일그러진 관심에 대한 불편함, 7년 절필 과정을 거쳐 다시 문학을 필생의 업으로 받아들이게 된 과정, 첫 문장이 떠올라야 비로소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는 ‘비밀’ 등을 허물없이 털어놓았다.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에서 사다리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하는 독자들의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을 했다. “우선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평소에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해요. 문장은 짧게 압축해서 쓰도록 해 보세요. 구체적인 묘사에 신경을 쓰시구요. 요즘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글쓰기 환경이 잘 되어 있으니까 그런 공간을 활용해 자꾸 써 버릇하면 점점 글이 좋아지는 걸 느끼실 거예요.” ‘기도빨’을 자부하는 가톨릭교도 공지영의 기도 덕분인지 기행 내내 날씨는 더 바랄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 그리고 노란 유채밭, 제주의 오름을 떠오르게 하는 낮은 언덕과 너른 풀밭, 그 위에서 평화로이 풀을 뜯는 양들, 특히 4월에 태어나 세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둘러보거나 깡총거리면서 생명의 기쁨을 온몸으로 분출하는 새끼 양들의 모습에 일행은 자주 탄성을 내질렀다. “영국의 시골과 자연이 이토록 아름다울 줄은 몰랐다” “시와 소설에 묘사된 자연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그 작품들의 의미가 더욱 확실하게 다가온다”고 일행은 입을 맞추듯 말했다. 기행 참가자 박미애씨는 “평소 팬이었던 공지영 작가와 함께 여행하며 이렇게 친구처럼 어울릴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작가가 글을 쓸 때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아파하면서 쓰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경임씨는 “영문학 작가와 작품 현장을 돌아보고 공지영 작가의 설명을 듣다 보니 전에 읽었던 작품들을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작가 공지영의 생각도 독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번 기행은 저에게도 무척 보람되고 행복한 기회였습니다. 제 소설의 독자들과 이렇게 오랫동안 가깝게 어울려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제인 에어>나 <테스> 같은 영문학 작품들이 내 문학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기도 했구요.” 더블린·하워스·런던/글·사진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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