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도 교수
‘도시인간학’ 펴낸 김성도 교수
골목길 등 시간의 두께 있어야
도시의 기품·품격 갖출 수 있어
기능적 편리함만으론 부족해
골목길 등 시간의 두께 있어야
도시의 기품·품격 갖출 수 있어
기능적 편리함만으론 부족해
“도시는 시, 이야기, 생태라는 3요소가 충족돼야 합니다. 불도저처럼 과거를 없애버린다면 결국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돼버리거든요.”
한국기호학회 회장이자 세계 기호학 분야의 권위지인 <세미오티카> 편집위원을 맡고 있는 김성도(51·사진) 고려대 언어학과 교수가 <도시인간학>(안그라픽스)이란 책을 펴냈다. 1000여쪽 가까운 분량으로 도시기호학·도시사상사를 개괄한 그를 고려대에서 만났다.
1989년 유학시절, 그는 파리를 걷다가 도시의 아름다움에 경탄을 쏟아냈다. 그 정취를 잊을 수 없었던 차, 2000년 초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연구년을 보내며 900여년 ‘시간의 두께’를 간직한 옛 건물들을 만나면서 본격적인 건축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도시 공간을 기호학적 시선으로 관찰하며 우주·유기체·예술작품·기계·텍스트·네트워크·복잡계·생태계모델까지 모두 8가지 모델로 분석했다. 도시인문사상사의 계보도까지 넣었다.
“너무 학문적이지 않으면서도 흥미롭게 도시사상사의 계보도를 ‘소묘’로 그려봤습니다. 도시 기호학은 건물이나 표식 등 도시 공간이 단편적으로 지시하는 것 안에 놓인 심층적인 뜻을 읽어내는 독법이죠. 하지만 이를 탐색하던 중 인문학적 분석을 해낸 도시사상사의 큰 광맥을 발견하면서 구상의 폭을 넓혔습니다.”
책에는 무려 100여명이 넘는 인문사상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예컨대 플라톤에서 성아우구스티누스로 계승된 ‘유토피아주의자’들의 계보는 토마스 모어, 클로드 생시몽을 거쳐 현대의 사스키아 사센까지 이어진다. 그의 시각은 도시계획 프로젝트를 비판한 부분에서 주로 눈에 띈다. “도시계획가가 염두에 두는 것은 두가지, 자본과 권력”이며 “도시계획가와 정부는 결탁할 수밖에 없는 숙명적 관계”라는 것이다.
“도시의 기품이나 품격을 위해서는 ‘시간의 두께’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오래된 찻집, 골목길을 놔둬야 하고 돌발사건과 공간이 존재하도록 해야 합니다. 서울은 산책하기 힘든 도시에요. 이대로라면 치매에 걸리고 말 겁니다.”
그는 “도시가 기능적 측면이 아니라 의미의 공간일 때, 곧 기호학적 공간일 때 비로소 인간다운 시적 거주가 가능하다”며 ‘도시인간학’의 발전이 중요하다고 여러번 지적했다. “인문학이 도시계획에 발언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능적 편리함, 합리성만으로는 인간이 도시에서 결코 행복하게 살 수 없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인문학자로서 8년 동안 ‘도시’를 연구하며 내린 결론이다.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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