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6월 2일 교양 잠깐독서
서울
손홍규 지음
창비·1만2000원 63빌딩은 ‘가슴팍에 칼질 당한 사람’처럼 무너지고, 양재대로 거리엔 시체들이 즐비하며, 어딘가에서는 비명과 신음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곳, 바로 폐허가 된 서울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종말을 맞은 서울에서 동생과 함께 살아남은 소년이 있다. 소설은 재앙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대규모의 폭격이 있었고, 사람이 아닌 무언가로 변해버린 자들이 낮을 차지했고 살아남은 이들은 밤에만 숨죽여 삶을 이어갈 뿐이다. 익숙한 공간의 종말을 그렸기에 그 세계는 더욱 당혹스럽다. 소년은 오직 동생을 지키는 것만을 목표로 길을 나선다. 남쪽으로 향하지만, 그곳에 희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남쪽에서 온 노인이 그곳 또한 죽음뿐이라 알려도 여정은 수정되지 않는다. 길 위에서 소년은 한 마리의 개와, 남편을 잃은 여자, 여자의 딸, 그리고 노인과 일행이 된다. “형, 난 사람이야?” “넌 내 동생이야.” “난 사람이야?” “넌 내 동생이야.” 선문답같이 이어지는 짤막한 대화들은 소년의 황량한 내면을 묘사하며 종말과 인간, 기억과 관계에 대해 집요하게 묻는다. 종말 이전에도 ‘서울’에 속하지 못했던 소년에게, 종말 이후의 서울은 무엇이 다른가. 무너진 서울을 점령한 “한때는 사람이었으나 이제 결코 사람이라 할 수 없는 새로운 종족”의 비유는 의미심장하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손홍규 지음
창비·1만2000원 63빌딩은 ‘가슴팍에 칼질 당한 사람’처럼 무너지고, 양재대로 거리엔 시체들이 즐비하며, 어딘가에서는 비명과 신음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곳, 바로 폐허가 된 서울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종말을 맞은 서울에서 동생과 함께 살아남은 소년이 있다. 소설은 재앙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대규모의 폭격이 있었고, 사람이 아닌 무언가로 변해버린 자들이 낮을 차지했고 살아남은 이들은 밤에만 숨죽여 삶을 이어갈 뿐이다. 익숙한 공간의 종말을 그렸기에 그 세계는 더욱 당혹스럽다. 소년은 오직 동생을 지키는 것만을 목표로 길을 나선다. 남쪽으로 향하지만, 그곳에 희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남쪽에서 온 노인이 그곳 또한 죽음뿐이라 알려도 여정은 수정되지 않는다. 길 위에서 소년은 한 마리의 개와, 남편을 잃은 여자, 여자의 딸, 그리고 노인과 일행이 된다. “형, 난 사람이야?” “넌 내 동생이야.” “난 사람이야?” “넌 내 동생이야.” 선문답같이 이어지는 짤막한 대화들은 소년의 황량한 내면을 묘사하며 종말과 인간, 기억과 관계에 대해 집요하게 묻는다. 종말 이전에도 ‘서울’에 속하지 못했던 소년에게, 종말 이후의 서울은 무엇이 다른가. 무너진 서울을 점령한 “한때는 사람이었으나 이제 결코 사람이라 할 수 없는 새로운 종족”의 비유는 의미심장하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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