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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똥장수의 반란과 탄압에 스민 중국 현대사

등록 2014-06-01 20:06

<북경 똥장수>
<북경 똥장수>
북경 똥장수
신규환 지음
푸른역사·1만7500원
중국 혁명의 서슬이 퍼렇던 1950년 4월, 베이징시 인민정부 공안국은 똥장수 20여명을 긴급체포했다. 똥장수의 우두머리 격인 위더순은 수십년 동안 국민당 세력, 일본 점령세력 등과 결탁해 힘없는 노동자와 부녀자들을 괴롭혀온 혐의로 사형 판결을 받았다.

<북경 똥장수>의 주인공은 이들이다. 20세기 전반 혁명과 전쟁에 휩쓸린 베이징을 배경으로 똥장수들의 일상을 통해 중국 현대사가 펼쳐진다. 역사를 살피는 데 똥장수가 웬말이냐며 코를 움켜쥘 이들도 많겠지만, 상하수도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전통 도시에서 똥장수는 물장수와 함께 도시인들의 삶을 유지시키는 필수 직업이었다. 청대에 정식 직업군으로 자리잡은 똥장수들은 300여년간 중요한 구실을 했다.

지은이 신규환 연세대 의사학과 교수는 위생·환경 제도의 변화라는 씨줄과 중국 도시의 변화, 국가 권력과 혁명, 서민들의 일상이라는 날줄을 교차시키며 생생한 역사의 풍경을 짜냈다. 권력자나 지식인, 혁명가 중심의 서술이 아닌 똥장수라는 사회 밑바닥 노동자들의 일상이 살아 숨쉬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던 중국 현대사의 모습이 드러난다. 시정부의 자료들과 당시 신문 등 방대한 사료들에서 건져올린 성과다.

베이징의 똥장수는 황허의 범람과 전란을 피해 이 도시로 몰려든 산둥성 출신 이주민들이었다. 멸시당하던 이들은 똥장수로 생계를 이어가며 배타적인 동업자 집단을 형성했다. 베이징 내성 안의 전통 주택은 높은 담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폐쇄적 구조라서, 정기적으로 똥장수를 통해 분뇨를 배출해야만 했다.

똥장수 사회는 분뇨 보관 시설을 소유한 자본가인 분창주, 독점적 영역에 대한 권리를 소유한 분도주, 최하층 똥장수 노동자로 나뉘었다. 분창주는 수거한 분뇨를 농촌에 비료로 되팔아 큰 이익을 남겼지만, 똥장수 노동자는 임금체불 등에 시달렸다. 하지만 노동자들 역시 시민들에게 웃돈을 요구하거나 제대로 분뇨를 처리하지 않는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똥장수들에 대한 개혁 시도를 통해 드러나는 근현대 중국 국가 권력의 변천사다. 똥장수 조직은 오랫동안 국가의 통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움직였다. 1930년대 베이징의 국민당 정부는 이들을 정부 관리 하에 두려는 위생개혁에 나섰다. 1935년 11월1일 새벽부터 똥통을 짊어진 똥장수와 가족 1만여명은 위생개혁에 저항해 폭동을 벌였다. 똥차와 똥통을 동원한 시위로 교통은 마비되고 시내는 지독한 악취로 가득 찼다. 결국 이익집단의 시위로 시장이 물러나는 중국 근현대사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1949년 인민정부를 수립한 공산당은 똥장수 조직의 악덕업주를 처벌하고 똥장수노동조합을 설립해 이들을 정부의 관리 속으로 단단히 편입시켰다. 중국은 그렇게 강한 국가의 시대로 되돌아갔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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