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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학은 수입한 게 아니라 스스로 쌓아올린 주체적 학문”

등록 2014-06-11 20:14수정 2014-06-11 21:56

장필화 이화여대 교수
장필화 이화여대 교수
장필화 이화여대 교수 인터뷰
아시아 첫번째 여성학과 첫 교수로
“여성 억압의 뿌리는 성 문제” 밝혀
그를 빼고 한국의 여성학을 말할 순 없다. 장필화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이화리더십개발원 원장·아시아여성학센터 소장)는 1984년 아시아에서 첫번째로 생긴 여성학과의 첫 전임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한국의 여성학은 서양에서 수입해온 것이 아니라 역사성을 가지고 쌓아올린 매우 주체적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가 영국에서 여성학을 전공하게 된 것은 윤후정 한국여성학회 초대 회장(이화여대 명예총장), 이효재 전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등에게 여성주의 세례를 받은 덕이 크다. “1975년 유엔이 처음으로 세계여성의 해를 지정하면서 한국에서도 그 기회를 틈타 강원용 원장 중심으로 크리스챤 아카데미 교육을 통해 한국 여성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고 했습니다. 저는 아카데미 여성사회교육 간사를 맡아 역사의 한장면에 들어가게 됐죠.”

여성학이 제도적으로 싹을 틔운 1970년대 후반부터 대학생·교수들은 한 목소리로 여성을 성상품화하는 미스코리아 폐지를 주장했고, 1978년엔 이화여대 ‘메이퀸’ 선발대회를 폐지시키기도 했다. 이미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이계경 전 여성신문사 사장 등이 여성학 조교로서 큰 구실을 했다. “당시는 여성주의 사상을 가리켜 ‘여성의 인간화’라는 말을 썼죠. 당시 윤후정 선생님이 하신 말씀인데, 사회적 반발 때문에 차마 ‘여성해방’이란 단어조차 쓰기 힘들었던 때입니다.”

1984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장 교수를 기다린 건 학생들의 열렬한 환대였다. 한 학기 1000명 넘는 학생들이 수업을 들었고 몇시간 줄을 서고도 강의신청을 못했다는 학생들이 속출했다. 초기 여성학 강의실에서는 가부장제, 여성의 사회적 열등성, 신체적 차이와 법, 경제, 노동에 대한 열렬한 토론과 다학문적인 접근이 이어졌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장 교수는 ‘신여성’이었다. 그는 “신여성 담론은 1920년대 등장부터 지금까지 여성을 타자화하며 낙인찍어 통제 기제로서 활용해온 맥락이 있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사람들한테는 여성학과가 눈엣가시였을 수 있었겠죠. 초창기부터 폐과 논의가 떠돌았어요. 때문에 저는 옷차림부터 행동까지 흠잡히지 않도록 숨막히는 긴장 속에 살아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한국 여성억압의 뿌리엔 성(섹슈얼리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히는 연구를 보란듯이 거듭했다. 1989년 논문 ‘성에 관련한 여성해방론의 이해와 문제’를 발표했고, 10년간 연구를 모아 한국 초기 섹슈얼리티 연구의 대표작 <여성 몸 성>(또 하나의 문화, 1999)을 썼다. 2005년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세계여성학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아 한국 여성학의 세계적 위상을 한단계 끌어올렸다.

“한국 여성학은 그 전에 한국사회에 없던 두가지, 위안부와 성폭력 관련 사회의제를 만들었습니다. 학문으로서 여성학은 어려워요. 진지함과 철저함을 유지하면서도 저항적인 새로운 시각을 넣어야 하니 우리 학생들은 석사 4년, 박사 10년이 걸릴 정도죠. 하지만 석사논문일지라도 인용횟수가 무척 높습니다. 그만큼 학계에서 인정받는다는 얘기 아닐까요?”

이유진 기자,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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