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파이트>
도그파이트
프레드 보겔스타인 지음, 김고명 옮김
와이즈베리·1만5000원
프레드 보겔스타인 지음, 김고명 옮김
와이즈베리·1만5000원
지금 우리는 스마트폰이라는 난데없는 물건이 촉발한 거대한 ‘디지털 전쟁’을 지켜보고 있다. 수많은 혁신가들이 이 전쟁에 참여했지만, 이젠 애플과 구글이라는 두 거인만이 전쟁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과거에도 기업 전쟁들이 있었다. 1980년대에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개인용 컴퓨터와 운영체제를 놓고, 1990년대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넷스케이프가 인터넷 브라우저를 놓고 전쟁을 벌였다. 치열한 전쟁의 과정과 결과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 침투했다. 정보기술(IT) 분야 전문 저널리스트인 프레드 보겔스타인은 저서 <도그파이트>에서 “구글과 애플의 싸움은 돈 많은 기업들 사이에 흔히 벌어지는 실랑이가 아니라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기업 전쟁”이라고 말한다.
지은이는 20년 가까이 실리콘밸리와 미디어업계에서 취재한 내용들을 ‘애플 대 구글’이라는 대립 구도에 맞게 정리했다. 휴대용 음원 재생 기기인 ‘아이팟’으로 권토중래한 애플이 ‘아이폰’ 출시로 스마트폰 시장을 새롭게 창출해낸 것을 출발점으로 삼아, 그 뒤 절친한 협력사였던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개발로 애플의 대항마로 떠올라 경쟁을 벌이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았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고 공룡 같은 통신회사들에 도전장을 내밀 때, 구글 역시 본사 구석진 곳에서 자체 스마트폰 운영체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 구글은 애플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협력사이면서도 자사의 혁신 전략에 따라 스마트폰 개발을 검토했고, 그 중심에는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라 불리는 앤디 루빈이 있었다. 안드로이드 프로젝트가 공식화한 뒤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잡스는 크게 분노했고, 친구이자 협력사였던 두 기업의 사이는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구글이 휴대폰 제조사들과의 연합으로 실제 안드로이드폰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전쟁은 본격화했고, 애플이 구글 진영의 대리인인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 것은 그 정점이었다.
애플의 기본 전략은 세계 최대의 콘텐츠 플랫폼이었던 ‘아이튠스’를 바탕으로 자사 제품의 지배적인 입지를 유지하는 것이었으나, 구글은 하나의 기기에 얽매이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애플의 독점적 영향력을 흔들어댔다. 이에 대해 애플은 혁신적인 태블릿 피시(PC)인 ‘아이패드’를 내놓으며 반격을 가했고, 구글은 구글대로 앱스토어인 ‘구글플레이’를 구축하면서 애플의 진정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그야말로 책 제목대로 ‘도그파이트’, 서로의 꼬리를 잡기 위한 치열한 난투였다. 시연회 당일까지도 애플 관계자들이 아이폰의 완성도를 의심했다는 등 각종 뒷얘기들도 재밌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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