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긴급토론회
“총 24쪽 분량 보고서
13쪽을 ‘작성 경위’ 설명
나머지의 70%는 여성기금”
“위안부 강제연행 증거 없다며
담화의 ‘본인 의사 반해’ 표현은
한·일 협상 결과물로 몰아가”
“일 우익 담화 폐기 주장할 것”
“총 24쪽 분량 보고서
13쪽을 ‘작성 경위’ 설명
나머지의 70%는 여성기금”
“위안부 강제연행 증거 없다며
담화의 ‘본인 의사 반해’ 표현은
한·일 협상 결과물로 몰아가”
“일 우익 담화 폐기 주장할 것”
지난 20일 발표한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교섭의 경위’ 보고서(이하 고노 담화 검증 보고서)에서 일본 정부는 ‘고노 담화 계승’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이를 수정하고 ‘외교 스캔들’로 만들었다는 평가가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일본이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이와 관련해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재단 대회의실에서 긴급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 정치적 스캔들화 발표자로 나선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고노 담화가 한-일 간의 ‘스캔들’인 것처럼 만들어 국내외 여론을 몰고 가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표지를 뺀 총 24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절반이 넘는 13쪽을 한-일 간 ‘고노 담화 작성 경위’를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더욱이 일본 방위청, 의무성, 옛 후생성, 옛 문부성 등 234건의 위안부 관련 자료가 발굴됐고 그 바탕 위에서 1993년 고노 담화가 발표된 바 있지만, 이번 보고서는 이런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부분도 배제했다. 남 위원은 “고노 담화에서 볼 수 있는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가 빠지고, ‘역사연구와 평가는 전문가에게 맡기겠다’고 빠져나갔다”고 분석했다.
■ ‘아시아여성기금’ 강조 이번 보고서에서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이하 아시아여성기금) 사업 경위는 총 8쪽으로, ‘고노 담화 작성 경위’를 뺀 나머지의 70%가 넘는 분량이다. 보고서가 사실상 이 두가지만 다루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 61명이 일본 국민 기부금으로 마련된 기금을 1인당 500만엔씩 받았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기금 수령을 밝힌 것은 처음으로, 1965년 한일협정과 함께 1995년 조성된 아시아여성기금으로 일본이 배상 책임을 다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의 70%는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와 공식 배상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해 왔다. 남 위원은 “한국 정부의 동의하에 기금이 추진됐다는 점을 새삼 강조해 이 또한 양국간 물밑 협상의 결과임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강제연행·배상 쟁점 윤명숙 충남대 국가전략연구소 전임연구원은 “고노 담화가 ‘위안소 생활’에 대해서 강제성을 인정하고, ‘위안부 모집’에서도 ‘감언·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의 의사에 반한 사례가 많이’ 있다고 명시했다. 위안부 모집 과정에 대해서도 강제성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일본 정부는 ‘강제연행’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위안부 모집 과정에서 강제연행 증거가 없었는데도 고노 담화가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라고 강조하게 된 것은 한-일 간의 협상 결과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배상도 쟁점이다. 윤명숙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가장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한국 정부, 특히 김영삼 정권이 ‘물질적 보상은 필요 없다’고 선언한 부분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배상 책임을 털고 난 뒤, 다음 행보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토론자로 나선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산케이신문>이나 일본유신회 등 일본 우익들이 고노 담화 폐기나 수정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8월 종전 70주년을 맞아 나올 ‘아베 담화’에서 고노 담화를 무력화할 내용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실제 보고서가 발표된 다음날인 21일 <산케이신문>은 ‘고노 담화 검증, 역시 수정이 필요하다’는 사설을 게재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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