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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오큐파이’ 운동, 이번엔 “경제학을 점령하라”

등록 2014-06-29 20:32

문화 유전자 전쟁-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조적 파괴
칼레 라슨, 애드버스터스 지음
노승영 옮김/열린책들·2만8000원
미국발 금융위기와 2011년 ‘점령하라’(오큐파이) 운동은 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 체제에 회의를 품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하는 회의 역시 여전하다. 세상은 여전히 시장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고, 그 속에서 아득바득 살아가는 삶에도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처음 “월스트리트를 점령하자”는 제안을 해 ‘점령하라’ 운동의 촉매제 구실을 했던 잡지 <애드버스터스>와 편집장 칼레 라슨은 이런 현실에 맞서 또다시 뚜렷한 메시지를 내놓는다. “경제학을 점령하라”는 것. 2012년 낸 <문화 유전자 전쟁>에서 이들은 ‘신고전파 경제학에 사로잡혀 있는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전복하지 않는 한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고 강조한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문화유전자’(밈·meme) 개념을 빌려 애드버스터스는 이제 신고전파 경제학을 완전히 끝내기 위한 ‘문화 유전자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태계의 생명 유지 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면 지구 경제가 멈춰 설 것이다” 등 잠언처럼 압축적인 글귀와 강렬하고 직관적인 이미지들, 그리고 깊이 있으나 길지는 않은 글들이 함께 어우러진 이 책은 마치 한 권의 현란한 잡지 같은 느낌을 준다. 애드버스터스는 그동안 유명 상업 광고를 패러디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본주의 소비문화를 비판하는 문화운동을 벌여온 비영리 격월간지인데, 이 책에서도 그런 독특한 성격이 잘 드러난다.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조지 애컬로프, 만프레드 막스 네프, 허먼 데일리 등 ‘비주류’ 경제학자들이 기존 경제학을 비판해온 목소리들이 주된 줄기를 이룬다. 이제껏 경제학은 실재하지도 않는 장부상의 수학 노름을 일삼으며 ‘돈이 돈을 낳는’ 세상을 만들었다. 실제 세상을 조금도 담아내지 못하는 경제학이 문제를 해결하긴커녕 미래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의식이다.

스티브 킨은 “신고전파 미시 경제학을 모조리 거부해야 한다”며 새로운 경제학은 기존 경제학을 철저히 부정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프레드 막스 네프는 “실제 에너지 부채가 상환되지 않은 채 누적된다는 것은 우리가 가짜 낙원에 살고 있다는 뜻”이라며, 그동안 지구 환경과 에너지 등 경제학이 간과해왔던 실제 ‘비용’이 무엇인지 짚는다. 지은이들은 “경제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계산하고 반영하여 모든 상품의 가격이 생태적 진실을 말하는 세계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을 다음 세대 경제학자들의 핵심 과제로 꼽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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