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쉽게 옮기기: 영국 연금 개혁의 정치>
코끼리 쉽게 옮기기: 영국 연금 개혁의 정치
김영순 지음
후마니타스·1만1000원
김영순 지음
후마니타스·1만1000원
독일 학자 카를 힌리히스는 연금을 코끼리에 비유했다. 덩치가 크고, 회색이며,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이유에서다. 복지 정책·정치 연구에 오랫동안 몰두해온 김영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 교수는 연금 개혁을 ‘코끼리 옮기기’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바꾸기 힘들다는 뜻이다.
연금 개혁은 정권 몇개를 무너뜨릴 만큼 파급력이 강하다. 연금 개혁은 ‘분배 균형의 변화에 대한 여러 행위자들이 이해관계를 조정해 하나의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책은 ‘연금 개혁의 전시장이자 실험실’인 영국의 사례를 검토한다. 영국 보수당 대처 정권은 1986년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공적연금을 민영화했다. ‘노후는 각자 알아서’가 그들의 신념이었다. 하지만 국민들의 노후보장이 백척간두에 섰다. 1997년 노동당은 연금을 원상태로 돌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제3의 길’을 표방하며 조금 손보는 수준에 그쳤다. 중도층의 지지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 뒤 신노동당은 2002~2011년 연금의 국가개입을 강화하는 개혁을 한다. 2006년 1000여명의 시민이 동시에 참여해 연금 구조를 익히고 토론하는 ‘전 국민 연금토론’을 벌였다. 결국 영국 국가연금은 약 3세대 동안 온갖 복잡한 제도를 실험한 뒤 빈곤 방지에 초점을 둔 애초의 ‘균등률 기초연금’을 수립하는 것으로 되돌아온다.
지은이는 “영국의 긴 실험은 ‘자격 있는 빈자’를 가려내는 수고보다 적정 수준의 보편 급여가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라고 설명한다. 자산조사는 제도를 ‘하염없이 복잡하게’ 만들 뿐 빈곤을 감소시키지도 못한다는 점이 증명됐다는 것이다. 복잡한 연금 논의를 맥락있게 정돈한 솜씨, 정교하고 신중한 분석이 단연 돋보인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