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비리재단의 퇴출을 요구하며 대학생들이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국대학학회 21일 학술대회
한국 대학의 문제는 무엇일까? 한 학기 수백만원에 이르는 ‘미친’ 등록금?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대학 서열화? 구조조정에 몰입하는 정부 정책? 사학비리? ‘스카이 학부, 미국 박사’ 중심의 교수 채용?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한국대학학회가 오는 21일 낮 1시 덕성여대 종로캠퍼스 406호에서 ‘한국 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위기 진단과 실천적 과제’라는 주제로 창립기념 학술대회를 연다. 이 학회는 지난 6월 전국의 인문·사회·자연과학·공학·예술계 등 교수·연구자 220명이 참여한 가운데 출범했다. ‘대학’ 자체를 연구 주제로 내건 국내 첫 학회로, 학계 원로인 백낙청(서울대), 도정일(경희대), 김세균(서울대), 박도순(고려대) 명예교수가 고문을 맡았다.
학회 초대 회장 윤지관 덕성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한국 대학 문제 전반에 대해 총체적으로 진단하고, 신자유주의적 대학 구조조정을 올바른 구조개혁으로 전환하는 이론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교수단체들은 정부가 내놓은 대학구조개혁법안이 ‘교육부가 대학 구조조정 강제권한을 갖고, 사학 재단에는 재산 처분을 자유롭게 하는’ 특혜를 베풀고 있다며 비판해왔다. 오래 축적된 문제의식이 터져나온 셈이다.
엘리트 지향적 정원축소 역효과
지식기반사회 공적투자 늘려야 학술대회 1부에서는 ‘한국 대학의 쟁점 문제와 개혁방향’을 논의한다. 이날 ‘현 정부 대학구조개혁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발표하는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로 2023년까지 대학 입학정원을 16만명 줄인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엘리트 지향적 규모 축소를 추구하는 ‘기능적 구조조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반 교수의 발표문을 미리 보면,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대학 수가 3.98개인 반면 미국은 9.02개로 2배 이상 많다. 인구 100만명당 대학생 수는 미국이 약 41명인 데 견줘 한국은 약 31명에 그친다. 미국 교육부 자료를 보더라도 향후 20년 안에 노동시장은 90% 이상이 고등교육을 이수한 인력들이 필요한 지식기반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정원을 줄이는 데만 집중한다면 성장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반 교수는 분석했다. 반면,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반 교수는 “2010년 미국 하버드대의 예산은 4조1721억원, 예일대는 2조9223억원에 이른다”며 “우리나라 국립대는 미국 대학의 10분의 1 수준, 국내 사립대에 견줘서도 3분의 1 수준에 머문다”고 말했다. 대학 경쟁력을 높이려면 그에 걸맞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반 교수는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0개 나라 중 22위에 머무는 고등교육의 공적투자 규모를 평균 수준까지 끌어올릴 방안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도 제안했다. ‘대학 위기의 정치경제와 개혁과제’를 발표하는 장수명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문에서 공공성을 외면하는 사립대 중심의 대학 체제가 전후 1950년대부터 뿌리내렸다고 강조한다. “미군정이 국공립대학 중심의 고등교육 발전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기독교계의 사립대학 설립이나 지주들이 참여한 사립대학 설립”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출범한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등 사립대는 국립 서울대와 더불어 대학 서열의 정점을 이루기 시작했고 고액 등록금, 공공성 부재 같은 고질병도 자리를 잡아버렸다. 그 뒤 교육의 시장화를 강조한 김영삼 정권의 1995년 ‘5·31 교육개혁’ 이후 지금까지 교육여건 악화와 학생 부담 증가로 상아탑의 위기가 깊어졌다는 분석이다. 장 교수는 “사학 법인은 독재 권력이나 보수적 정당의 중요한 지지 기반을 형성하는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했다며 “사학 법인 이사회에 학생, 교수, 지역사회 인사를 대폭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서열화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서 소수 대학이 연구 자금을 싹쓸이하고 졸업 뒤 사회경제적 지위까지 독점하는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대학교의 성공 사례처럼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정부가 집중 지원해 석사 중심 대학원을 먼저 만들고 박사 과정과 학부로 기관을 확대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학술대회 2부에서는 ‘한국 대학, 위기 진단과 그 극복의 길’을 주제로 도정일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이 기조발표를 한다. 패널로 참가하는 김용일(한국해양대), 김종엽(한신대), 박거용(상명대), 우희종(서울대), 은우근(광주대), 정민(제주한라대) 교수와 정현주 경주시의회 의원(전 경주대 교수)은 국공립대·사립대의 총체적 문제와 사학비리 재단의 문제를 두루 살펴볼 예정이다. 한국대학학회는 다음달부터 전국 대학실태조사 순회 세미나를 열고, 오는 12월 교수 및 학생, 직원, 비정규 교수, 시민단체들과 함께 후속 학술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 봄에는 대학을 주제로 한 학술지를 창간하며, 다양한 학술 활동의 결과물도 책으로 낸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지식기반사회 공적투자 늘려야 학술대회 1부에서는 ‘한국 대학의 쟁점 문제와 개혁방향’을 논의한다. 이날 ‘현 정부 대학구조개혁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발표하는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로 2023년까지 대학 입학정원을 16만명 줄인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엘리트 지향적 규모 축소를 추구하는 ‘기능적 구조조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반 교수의 발표문을 미리 보면,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대학 수가 3.98개인 반면 미국은 9.02개로 2배 이상 많다. 인구 100만명당 대학생 수는 미국이 약 41명인 데 견줘 한국은 약 31명에 그친다. 미국 교육부 자료를 보더라도 향후 20년 안에 노동시장은 90% 이상이 고등교육을 이수한 인력들이 필요한 지식기반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정원을 줄이는 데만 집중한다면 성장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반 교수는 분석했다. 반면,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반 교수는 “2010년 미국 하버드대의 예산은 4조1721억원, 예일대는 2조9223억원에 이른다”며 “우리나라 국립대는 미국 대학의 10분의 1 수준, 국내 사립대에 견줘서도 3분의 1 수준에 머문다”고 말했다. 대학 경쟁력을 높이려면 그에 걸맞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반 교수는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0개 나라 중 22위에 머무는 고등교육의 공적투자 규모를 평균 수준까지 끌어올릴 방안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도 제안했다. ‘대학 위기의 정치경제와 개혁과제’를 발표하는 장수명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문에서 공공성을 외면하는 사립대 중심의 대학 체제가 전후 1950년대부터 뿌리내렸다고 강조한다. “미군정이 국공립대학 중심의 고등교육 발전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기독교계의 사립대학 설립이나 지주들이 참여한 사립대학 설립”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출범한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등 사립대는 국립 서울대와 더불어 대학 서열의 정점을 이루기 시작했고 고액 등록금, 공공성 부재 같은 고질병도 자리를 잡아버렸다. 그 뒤 교육의 시장화를 강조한 김영삼 정권의 1995년 ‘5·31 교육개혁’ 이후 지금까지 교육여건 악화와 학생 부담 증가로 상아탑의 위기가 깊어졌다는 분석이다. 장 교수는 “사학 법인은 독재 권력이나 보수적 정당의 중요한 지지 기반을 형성하는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했다며 “사학 법인 이사회에 학생, 교수, 지역사회 인사를 대폭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서열화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서 소수 대학이 연구 자금을 싹쓸이하고 졸업 뒤 사회경제적 지위까지 독점하는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대학교의 성공 사례처럼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정부가 집중 지원해 석사 중심 대학원을 먼저 만들고 박사 과정과 학부로 기관을 확대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학술대회 2부에서는 ‘한국 대학, 위기 진단과 그 극복의 길’을 주제로 도정일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이 기조발표를 한다. 패널로 참가하는 김용일(한국해양대), 김종엽(한신대), 박거용(상명대), 우희종(서울대), 은우근(광주대), 정민(제주한라대) 교수와 정현주 경주시의회 의원(전 경주대 교수)은 국공립대·사립대의 총체적 문제와 사학비리 재단의 문제를 두루 살펴볼 예정이다. 한국대학학회는 다음달부터 전국 대학실태조사 순회 세미나를 열고, 오는 12월 교수 및 학생, 직원, 비정규 교수, 시민단체들과 함께 후속 학술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 봄에는 대학을 주제로 한 학술지를 창간하며, 다양한 학술 활동의 결과물도 책으로 낸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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