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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나에게는 그래도 칠면조가 있다!

등록 2014-08-17 20:18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8월 18일 출판 잠깐독서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천명관 지음
문학동네·1만2000원

천명관의 두번째 소설집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는 패자들의 이어달리기와도 같다. “삼년 전 실직한 이후 가족과 떨어져 혼자 고시원에서 생활해오던 중 술에 취해 공원에서 잠이 들었다 급격한 기온 하락으로 변을 당했다는”, 자신의 죽음을 다룬 텔레비전 뉴스를 시청하는 남자(<봄, 사자(死者)의 서>)를 필두로 “고용과 실직의 무한반복 속에서” 불안이 습관으로 자리잡은 일용직 노동자(<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전원주택이라는 낭만적 꿈이 끔찍한 파멸로 귀결되는 귀농자(<전원교향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패의 양상들이 이어진다.

<봄, 사자의 서>의 결말이 참혹하고 그 어조가 비장하다면, 천명관에게 좀 더 어울리는 것은 표제작 쪽이다. “그래, 까짓것. 거칠게 한판 살다 가는 거다. 인생 뭐 있나?”라는 호기로운 도입부를 앞세운 이 작품에서 주인공 경구는 외상 술값을 재촉하는 노래주점 사장을, 마침 손에 들고 있던 냉동 칠면조로 때려 쓰러뜨린 뒤 남의 대형 트럭을 훔쳐 타고 도피길에 오른다. “언제나 누군가를 실컷 두들겨 패주고 싶은 기분이었다”고 토로할 때 그는 가해자나 범죄자라기보다는 억울한 피해자에 더 가까워 보인다. <핑크>의 남자가 여주인공의 사체유기를 도우면서 하는 말, “엉망이 되었으면 이제라도 바로잡아야죠”가 경구의 이런 생각과 맥을 같이한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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