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플러그처럼 시장에 꽂혀 사는 현대인

등록 2014-10-05 21:54

10월 6일 교양 잠깐독서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이반 일리치 지음, 허택 옮김
느린 걸음·1만2000원

“아이가 우유를 달라며 울음을 터뜨릴 때, 아이의 신체기관이 식료품점에 진열된 우유병에 닿기 위해 길들여지고, 제 기능을 포기한 인간의 젖가슴에서 등을 돌릴 때, 또 한 명의 중독된 소비자가 탄생한다.”

대형마트 한바퀴 돌면, 1시간이 잠깐이다. 사야 할 물건 목록 손에 쥐고도, 어김없이 한바퀴 그대로 돈다. 풍요롭다, 고 느끼는가? ‘아이고, 의미없다.’ 36년 전 나온 이 책에서 지은이는 “플러그처럼 시장에 꽂혀, 평생을 생존이라는 감옥에 갇혀 살게 된다”고 짚었다.

진보는 ‘물질의 풍요’와 동의어가 아니다. 산업 생산성이 가져다준 풍요에 기대 살면서 삶의 능력이 잘려나간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풍요 속의 절망감을 지은이는 ‘현대화한 가난’이라고 표현했다. 이 ‘돌연변이 가난’을 불러온 것은 모든 것이 시장으로 빨려들어간 ‘근원적 독점’이다.

“노동은 더 이상 노동자가 느낄 수 있는 가치의 창조가 아니라, 주로 사회적 관계인 직업을 의미한다. 무직은 자신과 이웃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한 자유라기보다는 슬픈 게으름이 되었다.”

묵시록으로 읽히는 이 책의 화두는 ‘노동’이다. 번역판 부제로 붙은 ‘쓸모 있는 실업을 할 권리’는 애초 영문판의 제목이었다. 지은이는 이렇게 묻는다. “상품을 소비하지 않으면, 직장에 고용되지 않으면 쓸모없는 인간이냐”고.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