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비밀 정원>으로 ‘제4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박혜영(53) 씨.
혼불문학상 수상 박혜영씨
강릉 종갓집 배경 소설 ‘비밀 정원’
“뒤늦은 등단…젊은사랑 매몰 안돼”
강릉 종갓집 배경 소설 ‘비밀 정원’
“뒤늦은 등단…젊은사랑 매몰 안돼”
“스물세살에 쓰다가 멈춘 소설을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뒤 다시 써서 완성시켰습니다. 당시 중단했던 이유는 건강이 나빠졌기 때문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이 소설은 제가 아프지 않았더라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 계속 썼더라면 젊은이의 사랑에만 매몰되었을 텐데, 세월이 지나서 다시 쓰다 보니 40대 중년들의 감정도 나이에 맞게 표현할 수 있게 되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장편소설 <비밀 정원>으로 ‘제4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박혜영(53·사진)씨는 “나이 들어서 등단하게 된 것도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너무 일찍 등단했으면 좀 더 낮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폭넓게 맺지 못했을 것”이라는 까닭에서다. 6일 낮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운명이 소설가의 자리에 나를 놓은 만큼 좋은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비밀 정원>은 작가의 고향인 강원도 강릉의 유서깊은 종갓집 ‘노관’을 무대로 삼아 화자의 어머니와 삼촌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심사위원들(황석영·류보선·성석제·이병천·전경린·하성란)은 “노관이라는 독특한 분위기의 가문과 그 가문의 질서 때문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이해하기도 납득하기도 힘든 강렬하고도 마성적인 사랑 이야기를 중핵으로 삼고 있으며(…)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혼불>에 빚진 것이 많은 소설”이라고 평했다.
그 자신 한학자 집안 출신이라는 작가는 “강릉 사람은 누구나 다 아는 집에서 나고 자란 곳이고 나로서는 너무나 진한 향수를 느끼는 공간이기 때문에 꼭 한번은 소설로 풀어내야 다른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소설 제목에 나오는 ‘정원’은 노관이라는 집에 대한 은유입니다. 이 소설은 거의 모든 이야기가 노관 안에서 펼쳐집니다. 외부 사람도 이 집에 와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집안 사람이 집을 떠나는 것은 학교에 다니느라 외지에 나가 있을 때가 유일합니다. 어려서부터 이 집을 배경으로 들었던 이야기들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계속 웅성거렸는데, 풀어 놓으니 이제 후련합니다.”
글·사진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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