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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인간 실존과 망각에 주목한 “이 시대의 마르셀 프루스트”

등록 2014-10-09 21:56수정 2014-10-09 22:22

201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9일 선정된 프랑스 소설가 파트리크 모디아노. 1968년 23살 나이에 데뷔한 그는 프랑스에서 공쿠르상 등 주요 상을 휩쓸며 대중적 인기도 동시에 누려왔다. <슬픈 빌라> <청춘시절> 같은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AP 연합뉴스
201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9일 선정된 프랑스 소설가 파트리크 모디아노. 1968년 23살 나이에 데뷔한 그는 프랑스에서 공쿠르상 등 주요 상을 휩쓸며 대중적 인기도 동시에 누려왔다. <슬픈 빌라> <청춘시절> 같은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AP 연합뉴스
노벨문학상 수상 파트리크 모디아노

파리·독일 점령기 등 주요 모티브
1967년 데뷔…주요 문학상 휩쓸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파트리크 모디아노는 대표작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포함해 여러 작품이 한국에도 번역돼 있어 우리에게도 비교적 낯익은 작가다. 그의 소설들은 잃어버린 삶의 흔적과 운명의 신비를 모호하고도 매혹적인 문체로 그려 왔다.

1945년 프랑스 파리 교외 불로뉴비양쿠르에서 유대 혈통인 이탈리아 출신 사업가 아버지와 벨기에 영화배우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모디아노는 고교에 재학 중이던 열다섯살에 어머니의 친구이며 <지하철 안의 자지(Zazie)>의 작가로 유명한 소설가 레몽 크노를 개인교사로 모시게 되면서 문학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1963년 대학 입학자격시험에 합격했으나 학업을 이어가는 대신 문학에 전념하기로 결심한 그는 1967년에 완성한 첫 소설 <에투알 광장>이 크노의 주선으로 이듬해 갈리마르출판사에서 출간되고 로제 니미에 상과 페네옹상을 수상하면서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선다.

1972년에 낸 소설 <외곽 순환도로>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1978년작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로 공쿠르상을 수상하는 등 프랑스의 주요 문학상을 휩쓸었다. 1973년에는 영화 <라콩브 뤼시앵>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으며 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어린이용 책들을 포함해 지금까지 그가 낸 책은 30여권에 이르는데, 그것들은 대체로 130쪽이 넘지 않는 짧은 분량이어서 “오후에 한권을 읽은 다음 저녁을 먹고 나서 다시 한권을 읽을 수도 있다”고 스웨덴 한림원의 종신 서기 페테르 엥룬드는 말했다. 엥룬드는 모디아노 소설이 “읽기에 어렵지 않다”며 “언어는 까다롭지 않지만 구성은 매우 정교하다”고 평가했다.

모디아노는 기억과 망각, 정체성, 죄의식 같은 실존적 주제를 즐겨 다룬다. 엥룬드가 그를 가리켜 “우리 시대의 마르셀 프루스트”라 표현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번역한 불문학자 김화영은 “언뜻 지나치며 본 한 장면, 끊어진 한 토막의 대화, 어렴풋한 소리들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모디아노의 예민한 감각과 탈색된 언어는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 그의 문체는 탐정의 보고서만큼이나 단순명료하다. 그래서 더욱 많은 침묵을 내포하고 있으며 그래서 신비스럽다”고 평가했다.

모디아노의 소설들에는 파리가 자주 등장하며 때로는 이 도시가 작품 창조의 주체처럼 여겨질 정도로 중요성을 지니기도 한다. 자전적인 요소를 소설에 적극 끌어들이는가 하면 독일 점령 기간 동안 벌어진 일들이 소설의 모티브를 이루기도 한다. 모디아노의 소설들은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앞선 작품에서 등장했던 이야기나 인물 들이 후속 작품에 다시 나오는 등의 특성을 보인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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