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부터 시인 박정대, 소설가 김원일, 평론가 남진우, 번역가 엘렌 르브룅.
4개 분야별 수상자 발표
대산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제22회 대산문학상’의 4개 부문 수상자가 4일 나왔다. 시 부문에 박정대의 <체 게바라 만세>, 소설 부문에 김원일의 <아들의 아버지>, 평론 부문에 남진우의 <폐허에서 꿈꾸다>, 번역 부문에 엘렌 르브렝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 소설) 프랑스어판이 선정됐다. 수상자들은 4일 낮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밝혔다.
시집 ‘체 게바라’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특유의 낭만적 감성을 애도의 감수성과 결합하는 새로운 장면(…) 최근 시단의 기계적이고 난해한 경향에 대한 의미 있는 반격”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시인 박씨도 “우리 시단의 과도한 내면화에 대한 내 나름의 불만을 담고자 했으며 제목에서라도 대사회적 발언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 ‘아들의…’는 “한 작가의 50년에 걸친 문학적 증언(…) 소설은 시대를 성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이라는 평을 받았다. 작가 김씨는 “내 소설의 필생의 화두가 (월북한) 아버지 찾기 혹은 아버지 형상화였는데, <어둠의 혼> <환멸을 찾아서> <불의 제전> 같은 전작들이 아버지 얘기를 다소 추상화·간접화한 것이었다면 이번 소설에서는 르포적 형식을 가미해 정공법으로 아버지를 다루었다”고 말했다.
남진우 평론집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정신분석학에 바탕을 둔 미시적 분석은 기존의 현상적 분석이 드러내지 못한 저층의 의미까지 순조롭게 드러내는 성과를 보였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2007년 대산문학상에서 시집 <새벽 세시의 사자 한 마리>에 이어 최초로 두 부문 수상 기록을 세운 남씨는 “동료들에게 결례를 하게 된 것 같아 기쁨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다”면서도 “가능하면 앞으로 소설도 써서 언젠가 소설 부문 상도 받을까 싶다”고 농담조로 말했다.
번역 부문 수상작은 “간결하면서도 잔잔한 원문의 문체를 가장 잘 구현했다” “독자적인 문학 작품으로 손색없이 읽히며, 자연스러운 불어로 개인사 및 사회적·역사적 맥락이 잘 전달되었다”는 평을 받았다. 서강대 불문과 교수를 거쳐 하비에르국제학교 이사장을 맡고 있는 르브렝은 “박완서의 소설은 나와 감수성이 통해서 마치 친구를 만난 듯한 느낌이었다. 그 때문에 번역 작업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수상자들은 오는 26일 오후 6시 서울 프레슷센턴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상금 5천만원씩을 받는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사진 대산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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