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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인생과 속도에 관한 건축가의 사색

등록 2014-11-06 20:34

잠깐독서
여행의 속도
리칭즈 글·사진, 강은영 옮김
아날로그·1만5800원

“살아가면서 어떤 속도로 이동하는가에 따라 인생의 풍경이 달라진다.”

이 책은 고속철도 여행으로 시작해 묘지 여행으로 끝난다. 대만의 건축가인 지은이는 여행의 속도에 따라 우리가 무엇을 보고 사색할 수 있는지를 매혹적으로 보여준다. “고속열차는 청춘의 뜨거운 피다. 짧은 시간 안에 꿈에 닿기 위해 전력으로 내달리는 질주본능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청춘을 붙잡고 싶은 중년의 집착일지도 모르겠다. 중년이 되어서야 얼마나 많은 꿈들이 실현되지 못하고 사라져 갔는지 깨닫는다. 그래서 중년의 여행은 청춘의 그것처럼 느긋할 수 없다.”

미국을 헤매다닐 때는 자동차가 제격이다. “도로 위를 홀로 달리는 그 고독함과 비장함은 혼자 이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하는 인생과 닮아 있다. (…) 운전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원하던 곳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가장 느린 여행은 묘지 산책이다. “우리는 잠시 이 땅에 의탁해 기거하다 떠나는 여행자일 뿐이다. (…) 홀가분하게 저세상으로 떠나고 싶다. 어쩌면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또다른 여행을 위해.”

건축가의 내공이 깃든 글과 사진을 따라 안도 다다오와 프랭크 게리, 에릭 오언 모스, 르 코르뷔지에 등 거장들의 건물과 거기 깃든 사연들을 살피다 보면, 이 책을 들고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어떤 속도를 선택할지는 각자의 자유겠지만.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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