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판소리 유머 돋보이고
운율 맞춰 사투리 하듯 서술
운율 맞춰 사투리 하듯 서술
김명자 글·최미란 그림/한겨레아이들·1만2000원 천하태평 금금이의 치매 엄마 간병기
김혜원 글·이영경 그림/한겨레아이들·1만2000원 서울 성북동에 ‘장사 슈퍼’가 있었다. 이 가게 안주인 별명은 ‘슈퍼댁’이다. 꼭 슈퍼 주인이라서만은 아니다. ‘싸움도 슈퍼, 수다도 슈퍼, 욕도 슈퍼, 인심도 슈퍼, 브라자 빤스 사이즈도 슈퍼, 힘은 더욱 슈퍼’라서란다. 먹성이 슈퍼급인 사남매를 키우느라 사시사철이 김장철인 슈퍼댁 앞에서 옆집 순돌 엄마는 김치냉장고 자랑을 한다. 빤한 살림에 김치냉장고는 언감생심인데, 어느 날 전국여자천하장사씨름대회가 열린다. 1등 상품은 바로 김치냉장고! <슈퍼댁 씨름 대회 출전기>는 한겨레아이들의 창작 그림책 시리즈 ‘우리 이웃 그림책’ 1권이다. 특별한 주인공이 아니라 늘 만나는 평범한 이들의 소박하지만 소중한 일상의 가치를 그려낸다는 취지다. 이 작품은 젊은 대중 판소리꾼인 김명자씨의 창작 판소리를 글로 옮겨 탄생했다. 전래동화를 전통 운율로 서술하는 그림책은 드물지 않았지만 현대의 이야기를 판소리로 풀어낸 형식이 신선하고 생기 넘친다. 작은 글자체가 점점 커지면서 ‘식구들을 대동하고/ 씨름판으로 나가는디,/ 슈퍼댁이 나간다./ 씨름판으로 나간다./ 김치냉장고 타러 간다!’라고 기술한 부분을 소리내어 읽다보면 저절로 흥겨워져 리듬을 타게 된다. 그림은 글보다 한술 더 뜬다. 이 작품을 위해 전남 구례에서 열리는 전국여자천하장사씨름대회를 취재한 최미란 작가는 씨름판의 풍경을 매우 섬세하고도 유머감각 넘치게 표현했다. 두 면에 걸쳐 펼쳐진 씨름대회장에는 땀 흘리며 경기를 하는 슈퍼댁을 중심으로 중계석과 심사위원들, 준비하는 다른 선수들과 경기를 관전하는 이들, 딴짓하는 아이들의 표정까지 제각각으로 살아 있어 김홍도의 <씨름>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천하태평 금금이의 치매 엄마 간병기>는 아기 ‘금금이’가 자라나는 과정과 치매를 앓으며 어른에서 아이로 변하는 ‘쪼글 할매’ 이야기를 대칭시켜 포개어 놓는다. 김혜원 작가는 실제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간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썼다. 역시 전통 운율에 맞춰 사투리로 말하듯이 서술했다. 할머니가 업어 키우던 금금이가 나중에 아기처럼 작아진 할머니를 업고 걸어가는 모습이 재미나면서도 쓸쓸한 여운을 준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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