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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국 문학과 작가들에게 바치는 황석영의 헌사

등록 2014-11-13 20:29수정 2014-11-13 21:37

‘한국 명단편 101선’ 연재를 마친 작가 황석영. “단편소설들을 읽어 보면 식민지 근대에서부터 현재까지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외양은 포스트모던이지만 내면은 아직도 근대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한국 명단편 101선’ 연재를 마친 작가 황석영. “단편소설들을 읽어 보면 식민지 근대에서부터 현재까지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외양은 포스트모던이지만 내면은 아직도 근대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염상섭에서 김애란까지
‘명단편 101선’ 연재 마쳐
“단편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
“한국 문학과 한국 작가들에게 바치는 저의 헌사입니다.”

소설가 황석영(71)은 출판사 문학동네의 네이버 카페에 3년 동안 연재한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선’을 마무리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2011년 11월11일 염상섭의 <전화>로 시작한 이 연재는 지난 5일 김애란의 <서른>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애초에는 100편으로 끝낼 생각이었지만 “지금 이 시대의 젊고 인상적인 작가를 맨 나중에 포함시킴으로써 한국 문학의 새로운 출발로 삼자는 뜻에서” 101편이 되었다.

“지금 여러 출판사들이 다투어서 세계문학전집을 내고 있잖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한국의 단편소설들을, 일정한 견해를 가지고, 우리 현대사와 연결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어요. 지난 시기 우리 작가들이 어떻게 살면서 현실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작가의 삶과 작품을 통해서 들여다보자는 거죠.”

12일 오후 서울 홍대앞 한 카페에서 만난 황석영은 “현실의 삶을 가장 예민하게 포착해서 드러낼 수 있는 게 단편”이라며 “단편은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는 렌즈와도 같기 때문에 인문사회과학도들도 단편소설을 읽으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고른 렌즈에는 <치숙>(채만식) <요한 시집>(장용학) <당제>(송기숙) <깃발>(홍희담) <열린 사회와 그 적들>(김소진) <갑을고시원 체류기>(박민규) <묘씨생>(황정은) 등과 자신의 작품 <몰개월의 새> 등이 포함되었다.

“저는 리얼리즘에서 출발했지만 과거의 리얼리즘을 버리고 다른 방법을 모색해 온 작가입니다. 그럼에도 명단편을 고르면서는 아무래도 당대의 삶이 드러나 있는 쪽에 눈길이 가더군요. 작가는 어디까지나 현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역시 당대의 현실과 현존을 챙긴 작품이 오래도록 살아남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이 작업을 하면서 새삼 확인했습니다.”

한국 문학사에서 현실에 대한 관심과 리얼리즘적 창작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로 흔히 1980년대를 들지만 그 시기의 작가는 이번 선집에 생각만큼 많이 포함되지 않았다. 황석영은 “80년대 문학의 가장 큰 약점은 일상이 빠져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들은 대개 작품만 읽지 그 작품을 쓴 작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저는 작품 해설만이 아니라 작가에 대해서도 제 나름대로 충실하게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작가란 문학을 위해 자기의 삶 전부를 바친 사람이거든요.”

그가 1989년 방북 당시 북쪽 작가한테서 들은 월북 문인들의 후일담이며 또래 작가인 김승옥, 이문구 등과 얽힌 개인적 사연 등은 공식 문학사나 교과서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다.

“명단편 101편을 고르느라 우리 현대문학사의 주요 작품을 찬찬히 읽어 본 경험은 저에게는 큰 기회였고 자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 세대 작가와 작품은 젊은 시절부터 읽어서 알고 있었지만, 후배 세대로 오면 처음 본 작품과 발견하다시피 한 작가들도 많았어요. 저로서는 마치 젊은 피를 수혈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우리 문학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1977년 이후 단편을 쓰지 않은 황석영은 이번 작업을 하면서 새삼 단편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고 했다.

“내년에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경장편 분량의 중편 하나씩을 쓰고, 그 중간에는 단편도 좀 쓸 생각입니다. 동시대 젊은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되, 형식과 관점에서 최대한 자유를 추구하는 저 나름의 ‘만년문학’을 하려구요. 앞으로 길어야 10년 정도 더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소설로는 단편집 두어권과 중장편 서넛이 남아 있는 셈이랄까요.”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선’은 원작과 황석영의 작가·작품 해설 그리고 문학평론가 신수정의 시기별 해설을 곁들여 10권짜리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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