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한국문학번역상 수상자들.
한국문학번역원(번역원·원장 김성곤)이 주관하는 ‘제12회 한국문학번역상’ 수상자로 <마당 깊은 집>(김원일 소설)을 영문으로 번역한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등 5명이 선정돼 17일 저녁 열린 시상식에서 각 1만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앞서 이날 낮 수상자 5명은 ‘제13회 한국문학번역 신인상’을 받은 6명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했다.
서 교수는 “2008년 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의 고통을 이기고자 번역한 작품으로 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며 “특히 이 소설은 한국인들의 어렵고 고단하던 시절을 그린 작품이어서 번역자로서 더욱 흐뭇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소설 <식물들의 사생활>을 러시아어로 번역 출간한 마리야 쿠즈네초바는 “첫 번역작으로 큰 상을 받게 되어 용기가 생긴다”며 “형이상학적 관심을 유지해온 이승우 작가가 철학적인 작품을 좋아하는 러시아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흐무드 아흐마드 압둘가파르 이집트 카이로대학 부교수와 함께 <상행>(김광규 시선집)을 아랍어로 옮긴 조희선 명지대 교수는 “아랍인들은 한국을 짝사랑한다 싶을 정도로 동질감을 느끼고 한국 문화를 사랑한다”며 “최근 한류 영향 등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현지 명문 대학 한국어과에 진학하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아랍인들에 의한 한국문학 번역이 활기를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식주의자>(한강 소설)를 포르투갈어로 번역해낸 임윤정 브라질 상파울루대학 교수(한국어문학과)는 “10살 때 브라질로 이민을 갔다가 연세대 국문학과로 역유학해 석사 학위를 받으면서 번역의 길에 들어섰다”며 “20년 동안 고독하게 작업해왔지만 지난해 상파울루대학에 한국어문학과가 생겼으니 앞으로는 제자들이 번역의 길을 이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인상에는 김혜나·정슬인(영어권), 프랑수아 블로코(프랑스어권), 이다 마리 베버(독일어권), 라우라 에르난데스(스페인어권), 타티야나 모스크비초바(러시아어권), 장연연(중국어권), 김정미(일본어권) 등이 선정돼 각각 500만원씩의 상금을 받았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사진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