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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장제스는 왜 마오쩌둥에게 패했나

등록 2014-12-11 20:36

장제스 평전
조너선 펜비 지음, 노만수 옮김
민음사·3만8000원

막강한 군사력과 권력, 자원을 손에 쥐고 미국의 지원까지 받은 장제스가 농민 혁명군을 이끈 마오쩌둥에게 패배한 이야기는 중국 현대사의 ‘무협지’이자,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다.

영국 언론인이자 동아시아 전문가인 조너선 펜비는 장제스의 야망과 능력, 성공, 한계를 당시의 시대 상황 속에서 섬세하고 생생하게 써내려 간다. 그는 승자 마오쩌둥과 패배자 장제스라는 식의 간단한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 장제스가 평생 분투했던 과제 역시 마오가 공산혁명 이후 추진했던 것과 기본적으로는 동일한 근대화와 강국 건설의 꿈이었다고 본다. 청 제국이 몰락하고 신해혁명에서 분출된 변화의 열망이 갈 곳을 찾지 못할 때 장제스가 이 목표를 처음 추구했고, 결국 같은 꿈을 마오쩌둥이 진전시켰다.

이 책은 최근의 수정주의적 연구를 바탕으로 장제스가 난징에 수도를 두고 ‘통일 중국’을 통치한 1927~37년 ‘난징 10년’ 시기의 성과에 주목한다. “‘난징 10년’으로 알려진 시기는 개혁, 근대화 그리고 국가 대 가정의 통일을 시행하는 기간이었다. (…) 주요 도시들에서 경제가 크게 성장했다.” 물론 이런 발전은 중국의 극소수 도시 지역에 한정됐고, 부패한 관리들, 종파주의 같은 문제들은 점점 더 심해져 갔지만, “아무리 그 효능이 불완전했더라도 국민당은 근대 국가의 기구들을 확립했고, 중앙집권 국가로서의 지위를 되찾게 했다.”

그림자도 명백했다. “장제스는 중국을 세계 속의 떳떳한 근대 국가로 만들고 싶은 열망과 전통적인 이상과 규범을 지고지상으로 여기는 고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곤경에 빠져 있었다.” 그가 국민에게 요구한 것은 복종이 전부였고, 중국인을 마치 어린아이처럼 취급했다. 폭력배 출신의 두웨성 같은 이들을 측근으로 삼아 잔인하게 도시를 통제했다. 장제스의 퇴출은 공산주의 승리의 불가피성보다는 국민당의 허약함, 군사지도자로서 장제스의 과오 및 경제 붕괴 탓이었다.

장제스의 일기와 최신 연구 성과들, 당대의 언론 보도와 현장 조사 등을 기반으로 그의 삶과 당시 시대상을 736쪽의 방대한 분량으로 정교하게 엮어낸 책은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고 유려하다. 소금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강인한 어머니의 희생적인 보살핌 속에 자란 장제스가 끈기와 권력욕으로 군인과 혁명가, 권력자의 길로 나아가는 과정, ‘황후’에 가까웠던 세째 부인 쑹메이링과의 복잡한 관계, 당대 주요 인물들과의 길항을 보여준다.

특히 ‘평생의 라이벌’ 마오와의 관계는 장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두 사람 모두 확고부동한 중화주의자로서 권력 의지를 신봉하고 군사력을 권력 쟁취의 수단으로 바라보았다. 목표를 추구하는 도중에 막대한 인명을 희생시키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다.” 중국 혁명(장제스의 패배)으로부터 65년이 지난 현재 중국 관광지들에는 다정하게 껴안고 활짝 웃고 있는 마오와 장의 인형이 기념품으로 등장했다.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며 대만과의 화해 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다. 부패와 빈부격차, 권위주의적 통치가 두드러지는 오늘날 ‘사회주의’ 중국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점점 더 장제스가 통치하던 시기의 중국을 닮아가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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