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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생선’으로 본 한일 교류사

등록 2014-12-11 20:41수정 2014-12-11 20:42

잠깐독서
한일 피시로드, 흥남에서 교토까지
다케쿠니 도모야스 지음, 오근영 옮김
따비·1만8000원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의식은 마룻대를 올리는 상량식이다. 집 주인과 일꾼들은 편육과 떡, 막걸리를 가져와 제를 올린다. 여기서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북어다. 고택 마룻대를 올려다보면 흡사 나무껍질처럼 말라비틀어진 북어가 명주에 꽁꽁 묶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도 북어를 현관문 위에 걸어 놓는 집들이 꽤 된다. 북어가 ‘액땜’을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왜 하필 북어일까. 명태를 장기간 말린 것이 북어다. 말리는 과정에서 몸은 바싹 마르고, 입은 쩍 벌어진다. 눈은 부릅뜨고 있다. 사찰의 일주문을 지나면 마주치는 사천왕상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생김새 때문에 복은 지켜주고 액은 막아준다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

책은 이처럼 생선에 담긴 한국과 일본의 사회문화사를 담고 있다. 일본 가와이대에서 현대문학을 가르치는 지은이는 한일을 오가며 수집한 다양한 정보를 촘촘하게 풀어놓았다. 1936년 조선총독부가 낸 ‘조선명태어’ 보고서가 남획으로 인한 명태 고갈을 미리 예견했다는 사실은 한국산 명태가 사라진 현재를 뒤돌아보게 한다. 명태 얘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산 사람들에게 익숙한 먹장어와 일본에서 고급어류로 인정받는 갯장어의 한일 교류사를 읽을 때는 저절로 침이 고인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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