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아론 바브로우 스트레인 지음, 김선아 옮김
비즈앤비즈·1만7000원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하세요.” 1793년 서른여덟살에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했다는 말이다. 사실은 당시 혁명군들이 정치 선동을 위해 왜곡해 퍼뜨린 소문이란 게 후대 역사가들의 중론이다. 앞서 4년 전인 1789년 10월 수천명의 여성이 창과 갈퀴, 머스킷총으로 무장하고 베르사유 궁전으로 몰려갔다. 프랑스대혁명의 결정적 분수령이었다. 이들의 요구는 단순하고 절박했다. “우리에게 빵을 달라!” 주식이었던 빵의 공급량이 급감하면서 빵 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중세 유럽에서 빵은 문화와 종교, 생존의 중심”이었다. 19세기 초, 미국의 공장들은 밀기울을 벗겨내 만든 흰 식빵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통밀빵, 슬로 푸드, 유기농 건강식 따위와 대조되는 식품이다. 흰 식빵의 탄생은 당시까지 미국민에게도 주식이었던 빵을 싼값에 대량공급하려던 착안에서 나왔다. 역설적이게도, 공장 오븐에서 구워져 얇게 잘라져 나온 흰 식빵은 도리어 하층민이 먹는 빵으로 취급받았다. 20세기 들어 미국의 흰 빵은 굶주린 절반의 세계를 향한 제국주의의 식량이기도 했다. <흰 빵의 사회학>은 식빵의 발명이 본디 뜻과 정반대로 “인종과 사회계층, 성별 격차를 강화하는 모순된 결과”를 낳은 과정에 주목한 ‘미시사’이자 정치학이기도 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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