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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중독의 열세가지 표정들

등록 2015-01-01 20:24수정 2015-01-01 20:24

잠깐독서
첨벙
박솔뫼 외 지음/한겨레출판·1만3500원

<첨벙>은 젊은 작가 열세 사람이 중독을 주제로 한겨레출판 문학웹진 ‘한판’에 연재한 단편을 묶은 테마 소설집이다. 기억을 주제로 한 <한밤의 산행>, 사실과 허구의 관계를 다룬 <키스와 바나나>에 이은 세번째 책. 중독의 종류는 다양하다. 흔히 떠올리는 마약과 섹스, 일, 술, 게임만이 아니다. 죽음에도, 허무와 불행에도 중독된다. 조수경의 ‘오아시스’. “10여년 전, 그녀와 나는 서로에게 중독되어 있었다.” 대학 신입생이던 두 남녀는 오로지 서로를 사랑하는 일에만 매달렸다. 그 사랑의 고갯마루에서 여자는 한밤중에 과도로 남자를 겨눈 채 흐느낀다. 까닭인즉, “이 행복도 결국은 끝나버리고 말 테니까.”

황현진의 ‘보다 그럼직한 자세’에서 주인공인 중학생 소년이 짝사랑하는 친구 누나는 남루한 현실에서 도망치는 방법으로 죽음을 연기한다. 소년이 누나에게 중독되었다면 그 누나는 죽음에 중독된 셈. 이주란의 ‘참고인’이 타의에 의해 불행에 중독된 인물의 이야기라면, 최진영의 ‘수(囚)’는 일과 스트레스에 중독된 바깥 세상을 거부하고 제가 만든 감옥에 갇힌 남자를 등장시킨다. 정지돈의 ‘여행자들의 지침서’ 속 인물이 하는 말이 이들을 겨냥하는 것처럼 들린다. “너는 일종의 유빙이야. 깨어진 커다란 얼음 조각, 부서진 파편이자 찌꺼기, 녹아내리는 떠돌이 빙산.”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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