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숨. 사진 최재봉 기자
중편소설 ‘뿌리 이야기’ 선정
“뿌리 뽑힌 현대인의 고통 승화”
“뿌리 뽑힌 현대인의 고통 승화”
올해로 39회째를 맞은 이상문학상에 김숨(사진)의 중편소설 <뿌리 이야기>가 선정되었다. 최일남·김윤식·이태동·윤후명·김성곤 등 심사위원들은 <뿌리 이야기>가 “인간을 나무에 비유해, 산업화와 개발로 인한 현대 사회의 황폐함과 현대인의 뿌리 뽑힘 그리고 다른 곳으로의 이주가 초래하는 고통을 문학적으로 승화하는 데 성공한 수작”이라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작가는 다른 곳으로 이식되는 나무의 불안과 고통을 자신의 삶의 터전을 떠난 뿌리 들린 사람들-예컨대 철거민과 입양아 그리고 종군위안부-의 삶과 긴밀하게 병치하고 있다”며 “(그러나 동시에)작가는 옆으로 뻗어 나가는 천근성 뿌리와 깊이 내려박는 심근성 뿌리의 조화와 공존을 통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수상자 김숨은 7일 낮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무는 태어난 자리에서 성장하고 결국 숨을 거두는 존재인데 그런 나무가 뿌리 내린 흙을 떠나 낯선 흙 속에 옮겨 심어질 때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하는 생각에서 소설이 출발했다”며 “나 자신은 나의 공간, 나의 집을 좋아하고 그곳에 머물 때 안정감을 느끼며 여행도 별로 즐기지 않는 편이라서 이 소설은 나의 어떠함이 가장 많이 투영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최근 제발트의 <이민자들>과 줌파 라히리의 <저지대>처럼 이민 2세들의 불안을 다룬 소설을 흥미있게 읽었어요. 제 작품 <뿌리 이야기>에서 종군위안부와 입양아, 철거민처럼 뿌리뽑힌 존재를 주요 인물로 등장시킨 것이 그 영향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숨은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와 이듬해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소설집 <투견> <침대> <간과 쓸개> <국수>와 장편 <백치들> <철> <나의 아름다운 죄인들> <물> <노란 개를 버리러>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 등을 냈으며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을 수상했다. 제39회 이상문학상 우수작으로는 손홍규·윤성희·이장욱·이평재·전성태·조경란·한유주의 작품이 선정되었으며, 수상작과 우수작 등을 수록한 수상 작품집은 이달 20일께 나온다. 이상문학상 상금은 3500만원이며 시상식은 11월에 열린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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