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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나도 생각 있다고요…꼬리를 무는 생각이

등록 2015-01-15 21:10

그림 책과 콩나무 제공
그림 책과 콩나무 제공
생각하느라 그랬어요
샌돌 스토다드 워버그 글
이반 체르마예프 그림, 천미나 옮김
책과콩나무·1만1000원

아이를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내야 하는 아침마다 엄마는 전쟁을 치른다. “일어나라” “씻어야지” “옷 입어” 앵무새처럼 반복해도 아이들은 대체로 천하태평으로 느릿느릿하고, 다른 짓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인내심의 바닥을 본 엄마는 소리 지른다. “지금 몇시야? 넌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거니?”

내가 왜 생각이 없겠어요? 책은 이런 반문에서 출발한다. 엄마는 말한다. “늦겠다, 어서 씻으렴. 깨끗하게 싹싹!” 아이는 반응한다. “나는 생각해요. 싹싹 씻는 것을 생각해요. 세숫대야에 가득한 물과 졸졸 흐르는 개울물을 생각해요. 반질반질한 조약돌과 여러 모양의 조개껍데기와 딸랑거리는 방울처럼 근사한 것들을 생각해요. 나는 파도를 생각하고 파란색을 생각하고 노란색을 생각하고,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빨간 꼬마 물고기를 생각해요. 나는 생각해요.” 그림이 펼쳐지는 쪽마다 엄마의 ‘지시’가 떨어지면 그 말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이의 생각이 펼쳐진다. 뒤로 갈수록 엄마는 초조해지고 아이의 상상은 잭의 콩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란다.

창의성이 중요하다면서 각종 사교육 프로그램마다 ‘창의력’이라는 말이 붙는다. 그러나 정작 아이가 스스로 창의적인 생각을 키워나갈 시간은 부족해진다. 짧고 시적인 글들이 이어지면서도 뒤에는 반전 같은 매력이 있다. 단지 엄마가 몰랐던 아이의 머릿속을 이해하는 계기뿐 아니라 아이를 꼭 끌어안고 싶을 만큼 충만한 기쁨을 던져준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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