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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시공간 초월한 ‘현실 같은 꿈’

등록 2015-01-22 20:25수정 2015-01-22 20:25

잠깐독서
마지막 정육점
김도연 지음/문학동네·1만3000원

“처음 죽었는데 내가 뭘 알겠어!”

신혼여행 중 대관령 중턱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두 남녀가 죽음 이후 시공간을 초월해 세상을 떠돌며 11일간 진기한 신혼여행을 한다. 자신들이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여자가 남자에게 ‘우리 이제 어떻게 할 거냐’ 묻자 남자는 저렇게 답한다. 이들은 죽었으나 죽지 않은 상태로 자신들의 부모가 살았던 한국전쟁의 풍경을 다시 보고 군부독재 시절을 실제 겪기도 한다. 스님과 정육점 딸의 1960년대 연애, 그리고 그들의 아들이 겪는 디스코텍 웨이터와 미용사의 1980년대 연애를 중첩시켜 이야기의 큰 줄기가 전개된다. 스님의 신분이지만 사랑을 갈망하는 남자, 성애를 통해 현실의 비루함을 잊고자 하는 여자, 작가는 이들의 모습을 돼지가 배를 열고 갈고리에 걸려 있는 정육점이라는 공간 이미지와 연결한다. ‘마지막 정육점’이란 제목은 강원도 끝자락에 위치한 정육점을 지칭하지만 인간사에 대한 은유의 메시지도 담고 있다.

다섯번째 장편소설을 내놓은 소설가 김도연은 ‘꿈 같은 현실’이 아닌 ‘현실 같은 꿈’을 쓰는 소설가라는 평을 듣는다.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은 동서고금 소설 속 주요 소재가 됐지만 몽환적이거나 비현실적으로 묘사될 뿐이었다. 하지만 소설 <마지막 정육점>은 죽음 이후 반세기 전 과거로 돌아가 겪는 에피소드들을 놀랄 만큼 생생하고 현실적인 언어로 묘사하고 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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