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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제 시민들도 저널리즘 알아야

등록 2015-01-22 20:45

지난해 5월8일 김시곤 당시 <한국방송>(KBS)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 사망자’에 비유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구조 진행 상황에 대한 오보가 잇따르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사옥 앞에서 영정을 들어 보이며 항의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지난해 5월8일 김시곤 당시 <한국방송>(KBS)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 사망자’에 비유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구조 진행 상황에 대한 오보가 잇따르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사옥 앞에서 영정을 들어 보이며 항의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저널리즘 교과서’로 통하는 책
디지털 시대 맞아 전면 개정
시민의 책임과 진실 확인 추가
시의적절한 언론재단 총서 호평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
빌 코바치·톰 로젠스틸 지음, 이재경 옮김
한국언론진흥재단·1만5000원

저널리즘(Journalism)의 어원은 ‘매일매일 기록한다’는 뜻을 가친 라틴어 디우르나(diurna)다. 기록을 남기는 행위는 ‘알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과 맞아떨어졌다. 뉴스는 곧 인간 욕망의 산물인 것이다. 파피루스 시대를 거쳐, 고대 희랍과 중세의 음유시인들은 구술로 새로운 소식을 전했고, 시간이 흘러 17세기 영국의 커피 하우스에선 세간의 오고 가는 얘기들을 모아 만든 근대적인 형태의 신문이 처음 등장했다. 특히 미국의 건국 과정에서 시민들이 언론의 자유를 첫번째 가치로 요구하게 되면서 ‘저널리즘’은 정당한 민주사회의 권리로 자리잡았다. 책의 표현을 빌리면, 현대에 와서는 “민주적인 공동체와 뉴스를 분리시키는 일은 더욱 불가능”해졌다. 저널리즘은 민주공동체와 다름없다는 얘기다.

저널리즘 역사를 떠나, 과연 ‘저널리즘은 무엇인가’란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이 책은 해답을 던져준다. 저널리즘은 최근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낯선 단어가 아니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참사 사건 때 대중들은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기레기’라는 신조어로 한국의 망가진 저널리즘을 조롱했다. 조롱의 이면에는 ‘저널리즘은 이래야 한다’는 명확하지 않지만, 강력한 시민사회의 요구가 숨어 있었다. 책은 이러한 대중의 강력한 욕구를 ‘공중에 대한 봉사’라고 지적한다. 대중들의 알고 싶어 하는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저널리즘의 기본 책무라는 얘기다.

<뉴욕 타임스> 워싱턴 지국장을 지내고, ‘저널리즘을 염려하는 언론인위원회’ 초대 회장을 지낸 빌 코바치와 <뉴스위크> 의회담당기자 출신으로 현재 미국신문연구소 책임자로 있는 톰 로젠스틸은 이번 개정판의 화두를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으로 잡았다. 책은 2001년 초판이 나올 때부터 풍부한 사례와 명쾌한 정의로 ‘저널리즘 교과서’로 대접받았다. 이번에 나온 3판은 책의 내용을 30~40% 고쳤다고 한다. 학계에서 교과서로 대접받는 책이 개정을 하면서 이 정도로 내용을 고친 예는 찾기 쉽지 않다. 바로 ‘디지털 혁명’이 가져온 혁명적 변화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든 저널리즘이 그만큼 격변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은이들은 “이 책을 처음 썼던 2001년, 우리의 목적은 2014년과 달랐다”며 개정판 저술 목적 자체가 달라졌음을 밝혔다. “2판이 나온 2007년 이후 <뉴스위크> <타임스 미러> <나이트 리더>와 같은 신문그룹들은 사라졌고, 신문사 편집국은 거의 3분의 1로 축소됐다. 불과 5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디지털 기술의 파괴력은 지난 100여년을 지탱해온 뉴스 제작과 보도 체제의 사업 모델을 심각할 정도로 무너뜨려 버렸다.”

지은이들은 기술 격변이 초래한 미디어의 위기 속에서도 ‘유효한’ 저널리즘의 원칙들이 존재하는지 되묻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 공중의 필요에 의해 탄생하고, 공중에 속해 있었던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더 잘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지은이들의 주장이다. 오히려 시민들 스스로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시대를 맞아 시민들 역시 저널리즘의 원칙을 숙지할 필요가 생겼다. 이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저항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충고도 빼놓지 않는다. 디지털 혁명은 “이전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뉴스가 취재되고 전달되는 상황에서 더 깊이 있고, 폭넓게 저널리즘의 목적을 추구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변해도 뉴스는 존재했다. 이에 따라 저널리즘의 원칙은 강화 또는 약화돼 왔지만, “계속 살아남아”왔다. 저널리즘의 첫번째 목적은 “시민이 자유로울 수 있고 자치정부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공급하는 일”이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은이들이 제시하는 저널리즘의 원칙은 △진실 추구 △시민에 대한 최우선적 충성 △사실 확인 △취재 대상으로부터의 독립 △권력 감시 △비판과 타협을 위한 공론장 제공 △대중에게 실효성 있는 뉴스 전달 △뉴스 가치에 맞는 보도 △기자들의 양심 실천 △(시민 포함) 생산자들의 책임감이다.

이번 3판에서는 ‘진실 확인자’의 노릇이 추가됐다. 이전 개정판에는 ‘사실 확인자’였다. 디지털 시대에 저널리즘의 책무는 더욱 커진 셈이다.

출판을 맡은 한국언론진흥재단 김영주 연구센터장은 “워낙 유명한 저널리즘 교과서이기도 하지만, 변화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개정판이어서 책을 내게 됐다. 현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수습기자 교육 교재로 사용하고 있고, 국내 대학 저널리즘 스쿨의 교재 채택이 이어지고 있는 등 반응이 무척 좋다”며 “이 책을 계기로 한국의 미디어 상황을 많이 담을 수 있는 국내 저널리즘 연구서가 발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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