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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동일본 대지진의 혼백을 만나다

등록 2015-02-12 20:39

잠깐독서
상상 라디오
이토 세이코 지음, 권남희 옮김
영림카디널·1만2000원

재난은 오랫동안 저널리즘의 취재 소재였다. 재난 피해자와 공감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일 게다. 성공했는지 분명치 않다. 재난 보도를 읽는 사람은 따뜻한 거실 소파에 앉아 있거나 5호선 지하철 다섯번째 칸에 끼어 있다. 그에게 재난은 구경거리이기 쉽다. ‘피해자’라는 한자말 개념어는 그 단어를 쓰는 저널의 지향이 아무리 고상해도, 실패한 단어다. 피해자가 성인이 아니라 나와 똑같이 출근하고, 밥 먹고, 부모와 싸우는, 한 인간임을 느끼게 해야 한다. 작가 이토 세이코의 의도가 거기 있다. 동일본 대지진 때 많이 죽었다. 다수의 죽음은 통계에 그치기 쉽다. 바다 건너 한국인에게는 더욱. ‘피해자’ 개념어의 철갑 벗기면 그 안에 사랑스러운 한 인간이 있다. 독자는 그때 소파에서 자세를 고쳐 앉는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옴진리교 사건을 다룬 논픽션 <언더그라운드>를 쓴 목적과 이 작품의 의도는 동일하다. 그런데 논픽션 아니라 픽션이다. 그게 가능한가? 소설의 능청으로 해냈다. 리얼리즘 스타일이라면 실패했을 것이다. 대지진으로 죽은 한 남자의 혼백이 나무 위에서 매일 저녁 라디오 방송을 하며, 이 방송은 오로지 지진으로 죽은 혼백만 들을 수 있다는 설정, 흥미롭다. 흥미롭다가 청취자의 사연이 할아버지와 손자의 사연을 다룰 때, ‘이건 그저 픽션’이라는 인지의 껍질을 깨고, 공감의 바늘 찌른다. 아프다. 세월호로 아픈 사람, 읽을 만하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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