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군 변산반도에 문을 연 문인 창작실 ‘변산바람꽃’ 개소식에 참석한 문인들이 13일 오후 건물 2층 테라스에서 서해 바다 쪽을 내다보고 있다. 왼쪽부터 안도현 정영효 이기호 이원 김민정 정용준 백가흠.
펜션에서 문인 레지던스로 탈바꿈
운영위원장에 안도현 시인
“모항 풍광 속 창작과 휴식을”
1인당 1~2개월씩…습작생도 가능
운영위원장에 안도현 시인
“모항 풍광 속 창작과 휴식을”
1인당 1~2개월씩…습작생도 가능
“부안읍에서 버스로 삼십 분쯤 달리면/ 객짓밥 먹다가 석삼 년 만에 제 집에 드는 한량처럼/ 거드럭거리는 바다가 보일 거야/ 먼 데서 오신 것 같은데 통성명이나 하자고,/ 조용하고 깨끗한 방도 있다고,/ 바다는 너의 옷자락을 놓아주지 않을지도 모르지”(안도현 <모항으로 가는 길> 부분)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 모항 인근 바닷가에 문인 창작실이 생긴다. 염전과 젓갈로 유명한 곰소에서 서쪽으로 호젓한 해안길을 달리다가 모항 못 미쳐 나타나는 펜션 ‘변산바람꽃’이 다음달부터 문인 레지던스로 탈바꿈하는 것. 펜션 주인인 부안의 치과의사 서융(54)씨가 안도현 시인과 논의를 거쳐 펜션 시설 일부를 문인 창작실로 운영하기로 했다.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창작공간지원’ 사업 대상으로도 선정되었다.
지난 13일 오후에는 현장에서 ‘레지던스 변산바람꽃’ 개소식이 열렸다. 운영위원장을 맡은 안도현 시인, 운영위원인 이원·김민정 시인과 소설가 이기호·백가흠,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정영효 시인 그리고 공식 운영에 앞서 시범 입주자로 들어가 있는 소설가 정용준 등 문인과 서융 대표 그리고 김종규 부안군수 등 관계자들이 참가했다.
안도현 시인은 “다른 문인 창작 공간이 그야말로 집필 용도로만 쓰이는 것과 달리 변산바람꽃은 창작과 휴식을 겸하는 공간이라는 점에 가장 큰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변산반도와 줄포만의 빼어난 풍광을 즐기면서 휴식과 창작을 아울러 할 수 있는데다, 문인들이 직접 운영을 맡고 있기 때문에 입주 작가들의 요구와 불만 등에 즉각 대응하고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자랑했다.
서융 대표는 “안도현 시인한테서 문인 창작실에 관한 제안을 받고, 건물에 영혼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된 것 같아 무척 기뻤다”며 “앞으로 진입로 쪽에 방갈로 형태의 창작실 대여섯 동을 추가로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민들과 함께 부안역사문화연구소를 만들어 반년간지 <부안 이야기>를 발행하고 있기도 한 서 대표는 “실학자 반계 유형원과 기생 시인 매창의 얼이 서려 있는 부안에 문인 창작실이 생김으로써 문향(文鄕) 부안의 전통을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레지던스 변산바람꽃은 문인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한사람당 1~2개월씩 입주시킬 계획이다. 시설에서 하루 세끼 밥을 제공한다는 점 역시 매력적인데, 이 집 밥맛을 미리 본 소설가 정용준은 “다른 창작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말했다. 변산바람꽃의 또 다른 특징은 기성 문인들뿐만 아니라 창작을 지망하는 습작생들도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레지던스 용도인 방 다섯개를 문인 창작실 3개와 습작생 창작실 2개로 나누어 운영할 예정이다. 그렇게 하면 한 해에 기성 문인 20여명과 습작생 10여명이 혜택을 보게 된다.
레지던스 안에는 주거복합형 개인 창작실 말고도 도서관과 멀티미디어실, 식당 등 부대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레지던스 쪽은 앞으로 유명 문인과 각계 전문가 들을 초청해 강연 및 토론회를 여는 한편, 지역민과 학생 들을 대상으로 한 문학 캠프와 문학 기행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레지던스 이름인 ‘변산바람꽃’은 이른 봄 남해안과 서해안에 주로 피어나는 꽃이다. 개소식에 참석한 문인들은 이튿날인 14일에는 레지던스에서 멀지 않은 저수지 상류 산자락에 막 개화한 변산바람꽃(작은 사진)을 찾아 레지던스 개소 사실을 ‘신고’하기도 했다.
부안/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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