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기자 출신의 손석춘 건국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가 도발적 제목의 책을 냈다. <민중언론학의 논리>다. 21세기에 웬 민중? 지은이도 충분히 지적을 의식한 듯하다. 머리말부터 “‘1980년대식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는가’라는 힐난이 쏟아질 성싶다”며 비판이 나올 수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진심으로 묻고 싶다”며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을 ‘시민’이나 ‘국민’으로 담아낼 수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민중이 “죽은 개”가 된 작금의 상황이 되레 민중을 전면에 세운 이유라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미디어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현실과 맞닿는다. 미디어를 받아들이는 이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생산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결국 ‘민중’이다. ‘일간베스트’(일베)가 누리세상을 오염시키는 현상에서 보듯 “누가 네티즌을 멍청하게 만드는가”라는 절박한 물음이 곧 민중언론학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책은 민중언론학 논리를 다듬은 10편의 학술 논문을 묶었다. 스스로 “돈키호테라는 조롱”을 받고 있다고 밝힌 지은이는 한국의 언론과 대학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일제 강점기 때 식민사관이 언론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부터, 이른바 ‘조중동’이라 불리는 보수 언론의 여론독과점 현상과 종합편성 채널 등의 탄생으로 황폐화한 저널리즘 위기 등을 광범위하게 짚는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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