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담배피는 모습을 담은 전통 민화.
‘한국의 채색화’ 전 3권 출간
가장 한국적인 그림으로 통하는 민화는 조선미를 탐구했던 일본 사상가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가 평생 사랑했던 예술품이었다. 일제강점기부터 일본 민예관을 통해 조선 민화를 수집했던 그는 “훗날 반드시 이 그림의 가치가 높이 평가되는 때가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 예언이 60여년 지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민화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800점 넘는 국내외 전통민화들을 사상 처음 집대성한 전집이 나왔다. 윤범모 가천대 교수, 정병모 경주대 교수,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 등 국내 주요 민화 연구자 30여명이 10년 이상 공들여 기획한 끝에 이번주 출간한 <한국의 채색화> 전 3권(다할미디어·각 권 20만원)이다.
‘궁중회화와 민화의 세계’란 부제가 달린 이 전집은 ‘산수화와 인물화’, ‘화조화’, ‘책거리와 문자도’ 편으로 나뉘어 있다. 크게 궁중화와 민간민화로 나누어지는 전통민화의 장르별 주요 작품 800여점을 부분·전체 도판, 상세한 해제, 설명과 함께 실었다. 민화가 가장 많이 소장된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 독일 등의 미술관, 박물관, 수집가 등 세계 주요 소장처 50여곳을 수소문해 도판과 관련 정보를 정리한 초유의 기념비적 성과물이다.
임금이 앉은 용상 뒤에 내걸었던 해와 달이 공존하는 궁중장식화 ‘일월오악도’, 숲에서 기세등등하게 나오는 호랑이 모자의 모습을 담은 호랑이 출산도, 왕족들의 사냥 장면을 담은 호렵도(사진), 바다나 뭍에 사는 다기한 동물들 이미지로 꾸민 문자도, 피카소 입체파 화폭을 뺨칠 정도로 책장 속 기물들을 비원근법적으로 재구성한 책거리도 등 흔히 보던 민화와 다른 색다른 도상과 생동감 넘치는 대형 작품들이 많다. 도판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그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명품들이라고 한다.
30여명 10년 이상 도판 등 정리
궁중화·민간민화 800여점 집대성
연구자들 “채색화로 바꿔 불러야”
21~22일 민화포럼서 토론 예정 지금까지 민화 연구의 전범으로 구실했던 종합도록은 1975년 재일동포 건축가이자 수집가였던 이타미 준이 일본 출판사 고단샤(강담사)와 만든 <이조민화>를 꼽는다. 1982년 작가 이우환씨와 민화 연구가 조자용이 일본 연구자들과 함께 엮은 <이조민화>(2권)가 추가로 나왔고, 90년대 이우환씨 기증 컬렉션을 바탕으로 프랑스 기메박물관에서 만든 도록이 출간됐지만, 국내 학계에서 만든 전집은 나온 바 없었다.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은 “근대시기까지 한국 미술 역사의 중요한 영역이었고, 독창성과 예술성 등에서 문인화를 압도하는 성취를 이뤘는데도, 여전히 회화사에서 온전히 조명되지 못했던 풍토를 바꾸기 위해, 제대로 된 전집을 내보자고 연구자들이 마음을 뭉쳐 만들어낸 결실”이라고 했다. 전집 제목은 기존 민화의 이름을 (전통)채색화로 바꿔 불러야 한다는 연구자들의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삼국시대 벽화, 고려 불화 등에 뿌리를 둔 궁중화와 자유분방한 서민 민화를 60년대 이래 민화로 뭉뚱그려 불러왔으나, 이제 좀더 폭넓게 장르를 포괄할 수 있는 채색화로 장르 이름을 바꿔 불러야 한다는 제언을 담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연구자·작가모임인 한국민화센터는 오는 21~22일 경주에서 민화포럼을 열어 민화의 호칭 변경과 장르적 성격에 대한 난상토론 등을 벌일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한국의채색화편집위원회 제공
궁중화·민간민화 800여점 집대성
연구자들 “채색화로 바꿔 불러야”
21~22일 민화포럼서 토론 예정 지금까지 민화 연구의 전범으로 구실했던 종합도록은 1975년 재일동포 건축가이자 수집가였던 이타미 준이 일본 출판사 고단샤(강담사)와 만든 <이조민화>를 꼽는다. 1982년 작가 이우환씨와 민화 연구가 조자용이 일본 연구자들과 함께 엮은 <이조민화>(2권)가 추가로 나왔고, 90년대 이우환씨 기증 컬렉션을 바탕으로 프랑스 기메박물관에서 만든 도록이 출간됐지만, 국내 학계에서 만든 전집은 나온 바 없었다.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은 “근대시기까지 한국 미술 역사의 중요한 영역이었고, 독창성과 예술성 등에서 문인화를 압도하는 성취를 이뤘는데도, 여전히 회화사에서 온전히 조명되지 못했던 풍토를 바꾸기 위해, 제대로 된 전집을 내보자고 연구자들이 마음을 뭉쳐 만들어낸 결실”이라고 했다. 전집 제목은 기존 민화의 이름을 (전통)채색화로 바꿔 불러야 한다는 연구자들의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삼국시대 벽화, 고려 불화 등에 뿌리를 둔 궁중화와 자유분방한 서민 민화를 60년대 이래 민화로 뭉뚱그려 불러왔으나, 이제 좀더 폭넓게 장르를 포괄할 수 있는 채색화로 장르 이름을 바꿔 불러야 한다는 제언을 담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연구자·작가모임인 한국민화센터는 오는 21~22일 경주에서 민화포럼을 열어 민화의 호칭 변경과 장르적 성격에 대한 난상토론 등을 벌일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한국의채색화편집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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