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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삶이 역사가 된 사내의 이야기

등록 2015-03-05 20:13

잠깐독서
어느 혁명가의 삶 1920~2010
허영철 원작, 박건웅 만화/보리·3만원

1920년 태어난 사내의 90년간의 삶은 곧 한국 현대사가 되었다. 소년시절 옆동네에선 광주학생운동, 전북농민항쟁이 일어났다. 일제강점기였다.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이었던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철도노동자가 되어 북한에도 가고 일본에도 간다. 지금은 역사책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8·15 광복도, 6·25 한국전쟁도 그에게는 생활이었다. 훗날 그의 삶을 구술한 책이 나왔을 때 <역사는 한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가 제목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생은 늘 역사의 한가운데 있었다.

‘비전향 장기수’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 허영철 선생의 삶을 만화로 그린 책이 나왔다. 1954년 북에서 남파됐다 체포돼 무기형을 선고받고 36년간 옥살이를 한 선생의 삶이 만화 한컷 한컷에 녹아 있다. 혁명가나 사상가의 생을 다룬 위인전은 아니다. 그 시절 평범한 남성으로 겪어내야 했던 생활의 신산함이 책 곳곳에 진하게 담겨 있다. 철도 공사장 인부로 살며 손가락을 잃은 사연, 아오지 탄광이 생각보다 괜찮은 일자리였던 뒷이야기 등은 그 시절을 살다 간 다른 위인들의 기록에선 찾기 힘든 진솔한 이야기다. 장기수로 옥중에서 아들과 면회하는 장면엔 가족들의 고통도 함께 담겨 있다. 만화로 그려졌지만 술술 읽히지만은 않는다. 선생이 겪은 인생의 무게가 독자의 마음을 누르고 불편하게 만들겠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기록들이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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