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그래도 번역은 가능하다는 논증

등록 2015-03-05 20:42

잠깐독서
부정한 미녀들
조르주 무냉 지음, 선영아 옮김
아카넷·1만7000원

‘부정한 미녀들’은 유려하지만 원문에 충실하지 않은 번역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프랑스 번역학자 조르주 무냉(1910~1993)이 1955년에 펴낸 책 제목으로 유명해졌는데, 원조는 따로 있다. 17세기 프랑스 번역가 페로 다블랑쿠르는 타키투스, 루키아노스 같은 고전을 번역하면서 매우 담대한 태도를 취했는데 이에 대해 질 메나주는 이렇게 평했다. “그가 한 번역들은 내가 투르에서 무척 아꼈던 한 여자, 아름답긴 하나 부정(不貞)했던 그 여자를 생각나게 한다.”

제목이 주는 선입견과 달리 무냉의 <부정한 미녀들>은 그릇된 번역을 비판하는 책이 아니다. 사정은 오히려 거꾸로다. 원문으로 100쪽 남짓한 이 짧은 에세이는 3개 장으로 이루어졌으며 ‘번역은 가능한가?’ ‘번역은 가능하다’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가 그 세개 장의 제목이다. ‘번역가는 반역가’라는 금언으로 대표되는 번역 불가능성 논지를 의미론·형태론·음성학·문체론으로 나누어 검토하고 각각에 대해 구체적 근거를 들어 논박하는 것이 책의 얼개다. 이 과정에서 무냉이 내놓은 ‘투명유리’ ‘채색유리’ 개념 역시 흥미롭다. 주로 라틴어와 그리스어 고전의 프랑스어 번역을 예로 들었기 때문에 다소 까다로울 수 있지만, 번역에 관심 있는 이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풍부하게 담은 책이다. 400개 넘는 옮긴이 주가 이 책 번역에 쏟은 공력을 짐작하게 한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