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부정한 미녀들
조르주 무냉 지음, 선영아 옮김
아카넷·1만7000원 ‘부정한 미녀들’은 유려하지만 원문에 충실하지 않은 번역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프랑스 번역학자 조르주 무냉(1910~1993)이 1955년에 펴낸 책 제목으로 유명해졌는데, 원조는 따로 있다. 17세기 프랑스 번역가 페로 다블랑쿠르는 타키투스, 루키아노스 같은 고전을 번역하면서 매우 담대한 태도를 취했는데 이에 대해 질 메나주는 이렇게 평했다. “그가 한 번역들은 내가 투르에서 무척 아꼈던 한 여자, 아름답긴 하나 부정(不貞)했던 그 여자를 생각나게 한다.” 제목이 주는 선입견과 달리 무냉의 <부정한 미녀들>은 그릇된 번역을 비판하는 책이 아니다. 사정은 오히려 거꾸로다. 원문으로 100쪽 남짓한 이 짧은 에세이는 3개 장으로 이루어졌으며 ‘번역은 가능한가?’ ‘번역은 가능하다’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가 그 세개 장의 제목이다. ‘번역가는 반역가’라는 금언으로 대표되는 번역 불가능성 논지를 의미론·형태론·음성학·문체론으로 나누어 검토하고 각각에 대해 구체적 근거를 들어 논박하는 것이 책의 얼개다. 이 과정에서 무냉이 내놓은 ‘투명유리’ ‘채색유리’ 개념 역시 흥미롭다. 주로 라틴어와 그리스어 고전의 프랑스어 번역을 예로 들었기 때문에 다소 까다로울 수 있지만, 번역에 관심 있는 이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풍부하게 담은 책이다. 400개 넘는 옮긴이 주가 이 책 번역에 쏟은 공력을 짐작하게 한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조르주 무냉 지음, 선영아 옮김
아카넷·1만7000원 ‘부정한 미녀들’은 유려하지만 원문에 충실하지 않은 번역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프랑스 번역학자 조르주 무냉(1910~1993)이 1955년에 펴낸 책 제목으로 유명해졌는데, 원조는 따로 있다. 17세기 프랑스 번역가 페로 다블랑쿠르는 타키투스, 루키아노스 같은 고전을 번역하면서 매우 담대한 태도를 취했는데 이에 대해 질 메나주는 이렇게 평했다. “그가 한 번역들은 내가 투르에서 무척 아꼈던 한 여자, 아름답긴 하나 부정(不貞)했던 그 여자를 생각나게 한다.” 제목이 주는 선입견과 달리 무냉의 <부정한 미녀들>은 그릇된 번역을 비판하는 책이 아니다. 사정은 오히려 거꾸로다. 원문으로 100쪽 남짓한 이 짧은 에세이는 3개 장으로 이루어졌으며 ‘번역은 가능한가?’ ‘번역은 가능하다’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가 그 세개 장의 제목이다. ‘번역가는 반역가’라는 금언으로 대표되는 번역 불가능성 논지를 의미론·형태론·음성학·문체론으로 나누어 검토하고 각각에 대해 구체적 근거를 들어 논박하는 것이 책의 얼개다. 이 과정에서 무냉이 내놓은 ‘투명유리’ ‘채색유리’ 개념 역시 흥미롭다. 주로 라틴어와 그리스어 고전의 프랑스어 번역을 예로 들었기 때문에 다소 까다로울 수 있지만, 번역에 관심 있는 이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풍부하게 담은 책이다. 400개 넘는 옮긴이 주가 이 책 번역에 쏟은 공력을 짐작하게 한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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