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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무뎌지는 순간 탐욕의 노예가 될지니

등록 2015-03-12 20:31

잠깐독서
달콤한 제국 불쾌한 진실
김경일 지음/함께읽는책·1만3000원

만화라는 형식을 빌린 건 ‘백문이불여일견’이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가 전쟁 수행 자금줄이고 커피가 가난한 나라의 노동력을 착취해 얻어지며, 모피가 극악무도한 방식으로 채집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아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다. 머리로 아는 데 그치지 말고 눈으로 보라. 작가의 당부다.

책은 4부로 꾸며졌다. 각각 다이아몬드, 커피, 와인, 모피 이야기를 다룬다. 다이아몬드 편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내전사를 담고 있다. 다이아몬드 수입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쟁에 강제동원됐다가 결국 괴물이 된 소년병들의 이야기다. 산 사람 손목을 자르고 목을 베고, 부모를 자기 손으로 죽인다. 모피 편은 살아 있는 너구리의 가죽 벗기기 장면을 7쪽에 걸쳐 묘사한다. 현실 묘사에 충실하려 작심한 만화는 잔인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은 왜 일어나는가. 명품이라는 이름 아래 쏟아져 나오는 사치품에 우리가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죽임이 아니라 탐욕 채우기용 살육일 뿐이다.

“작화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해 너구리 모피를 산 채로 벗겨 내는 동영상을 수십 번씩 반복해서 보았다. 눈 뜨고 보기 정말 괴로웠다. 그런데 오랜 시간 그 영상을 반복해서 보다 보니 점차 무뎌지고 나중엔 담담한 마음으로 스케치를 할 수 있었다.”

담담해지지 말자. 무뎌지는 순간 탐욕의 노예가 될지니.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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