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사태에 대한 문학적 대응을
중간 점검하고 방향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토론회와 낭독회가 마련되며, 합동 소설집도 발간되었다. 사진은 지난해 9월2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304 낭독회’ 첫번째 행사 장면. 양경언 제공
토론회 열리고 작품집도 나와
‘발견’하고 ‘증언’하고 ‘공감’하라
304 낭독회 여덟번째 행사도
‘발견’하고 ‘증언’하고 ‘공감’하라
304 낭독회 여덟번째 행사도
심상대 외 지음/예옥·1만5000원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문학적 대응을 점검하고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와 낭독회가 마련된다. 추모 시집에 이어 작가 열다섯 사람이 ‘세월호’를 화두 삼아 쓴 단편들을 모은 소설집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도 출간되었다. ‘세월호’가 던진 질문에 응답하려는 문학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세교연구소(이사장 최원식)는 10일 오후 2~6시 서울 대학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역사관 2층 세미나실에서 ‘세월호 시대의 문학’을 주제로 공개 심포지엄을 연다. 함돈균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인문한국연구교수는 ‘세월호와 리얼리즘’이라는 발표에서 “무엇보다도 이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세월호 이후의 문학은 텍스트를 둘러싼 2차적인 ‘해석’이 아니라, ‘사실’이 무엇인가 자체를 ‘발견’하고 ‘증언’해야 하는 특이한 위치에 서 있다”며 ‘세월호 시대의 리얼리즘’을 주문했다. 함성호 시인 역시 ‘타인의 고통과 만나는 문학의 자리’라는 발표에서 “진실은 어디에도 없다”며 사실 확인의 어려움과 필요성을 강조한 다음, “문학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단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한 사람을 호명해낼 수 있을 뿐이다”라는 말로 문학적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튿날인 11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세월호 1주기 문화예술인 3차 연장전’의 하나로 문학인 토론회가 펼쳐진다. 문학평론가 서영인은 지난 1년간 세월호 사태에 대한 문학 쪽의 대응을, 소설에 초점을 맞추어 소개한다. 그에 따르면 “세월호 이후 문학이 가장 먼저 시도한 일은 필사적인 공감의 노력이었다.”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 치여 죽은 아이의 부모를 등장시킨 김애란 단편 ‘입동’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에서 무구한 아이의 죽음은 “당연하게 세월호의 죽음과 연계되어 읽힌다. 그런데 세월호의 죽음에서 당연히 환기되어야 할 국가에 대한 질문은 빠져 있다.” 한국전쟁 와중에 태어난 주인공의 아픈 기억과 세월호에서 죽은 아이의 핸드폰 문자를 겹쳐 보이는 임철우 단편 ‘연대기, 괴물’은 그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문학평론가 이성혁은 ‘증언’의 관점에서 세월호 관련 시들을 검토한다. 이영광의 ‘수학여행 다녀올게요-유령 6’과 진은영의 ‘그날 이후’는 시인들이 희생된 학생의 말을 대신 하는 형식으로 사태에 대해 증언한다. “물속에서 기억합니다, 무사하지 말아요/ 슬픔을 비웃는 얼굴들을, 기쁜 슬픔들을 보고 있습니다 저격하듯/ 어떤… 거짓을 보고 있습니다/ (…) / 도대체 왜? 도대체 왜? 도대체 왜?/ 오지 않은 겁니까… 우린 죽지 않았습니다 그대들은/ 살지 않았습니다/ 수학여행, 가고 있었습니다 수학여행 가고 있을 뿐입니다”(‘수학여행 다녀올게요-유령 6’ 부분) 이성혁은 “세월호 참사를 시적 대상으로 삼는 시뿐만이 아니라 시인 자신을 포함한 ‘우리’의 삶을 가만 있지 않도록 변화시키고 세월호라는 한국 사회를 재건조하고자 하는” 시를 주문한다.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에 실린 전성태의 단편 ‘가족 버스’에서 외할머니의 장례에 참여하느라 영암에 간 고교생 지민은 친구들과 함께 진도 팽목항에 다녀오겠다고 했다가 어머니의 반대에 부닥치자 이렇게 말한다. “눈 가려서 우리를 보호하려고 하지 마. 지금 참으라고 하면 다음이 돼도 참고 살 거야. 참고, 참고, 참는 그런 어른이 되고 말 거야.” 같은 책에 실린 이명랑의 단편 ‘이제 막 내 옆으로 온 아이에게’와 한차현의 ‘국가와 국민과 그 밖의 존재들’이 되풀이되는 재난의 사회적·구조적 책임을 따져 묻는다면, 이평재의 ‘위험한 아이의 인사법’은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이의 상처 입은 내면에 주목한다. 한편 지난해 9월20일 이후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이어 가고 있는 ‘304 낭독회’ 여덟번째 행사가 25일 오후 4시부터 연희문학창작촌 야외무대에서 열린다. 시인 김행숙·유희경·성동혁과 소설가 서유미·정세랑, 문학평론가 장은석 등이 낭독에 나서고 시인 겸 가수 성기완이 제주 4·3 사건을 가사화한 노래를 부른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