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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마음까지 물들이는 옛고향 색채

등록 2015-04-09 20:45

그림 파랑새 제공
그림 파랑새 제공
김동성의 감성적인 그림 곁들여
맑은 기운으로 다시 태어난 동요들
고향의 봄
이원수 글, 김동성 그림/파랑새·1만3000원

오빠 생각
최순애 글, 김동성 그림/파랑새·1만3000원

아이들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듣고 자라는 동요는 무엇일까. 요즘 아이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세련되고 재미나는 동요를 많이 배워온다. 그래도 포근한 엄마의 등이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갓난아기 때 들었던 노래 중 앞자리를 차지하는 건 ‘고향의 봄’이나 ‘오빠 생각’ 같은 고전일 것이다. 특히 할머니 같은 나이 지긋한 양육자가 키우는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이태준 소설가의 짧은 동화 <엄마 마중>에 서정적인 그림을 입혀 큰 울림을 줬던 김동성 작가가 이번에는 누구나 아는 동요를 눈물겹게 아름다운 이미지로 새롭게 살려냈다. 김 작가의 그림은 정직하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짧은 글귀 하나하나에 두 면씩 시원하게 펼쳐지는 그림은 글귀가 묘사하는 풍경을 충실히 재현한다. 그런데 심심하거나 지루할 틈이 없다. ‘꽃피는 산골’ 글자 아래 연두와 녹색, 갈색, 붉은 기운들이 물들듯 퍼져나가는 걸 보노라면 가벼운 탄식이 나온다. ‘아기 진달래’에는 그저 진달래와 나비 3마리가 그려져 있을 뿐인데 그 맑은 기운에 꽂힌 시선을 빼내기 힘들다. 거의 모든 면의 그림들이 액자로 걸어둬도 손색없을 만큼 뛰어난 시각적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비단구두 사가지고 온다던 오빠를 기다리는 <오빠 생각>에는 분홍저고리를 입은 여자아이가 등장한다. 2절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의 그림을 차례로 넘겨보자. 아이가 바위에 오도카니 앉아 앞을 쳐다본다. 뒷장을 넘기면 줌 아웃을 하듯 아이는 멀어지고 주변으로 붉게, 노랗게 물든 나무와 풀들이 보인다. 마지막 장에 아이는 더 멀어지고 멀리 동구 밖까지 보이는 마을의 원경이 드러난다. 아이가 점점 멀어질수록 그 외로움과 슬픔이 보는 이의 마음속으로 그림 속 꽃물처럼 번져나간다.

이번에 두 책이 나란히 나온 이유는 노랫말을 쓴 이들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1925년 잡지 <어린이>에 ‘오빠 생각’이 실리고 한해 뒤 ‘고향의 봄’이 실렸다. 이를 계기로 이원수 선생은 최순애 선생에게 편지를 보냈고 두 작가는 문학적 동반자에서 인생의 동반자로 그 인연을 이어갔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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