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
장덕진 외 지음/한울아카데미·2만2000원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정혜신·진은영 지음/창비·1만3800원 기어이, 떠났다. 꼭 1년 전 4월16일 ‘세월호 희생자·실종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얻은 가슴의 화상 자리는 패륜의 언어와 모멸의 눈빛에 덧나 여전히 피가 흘러내리는데, “마지막 한명까지 끝까지 찾아주겠다. 유족들의 여한이 없도록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겠다”던 이 나라 행정부 수반은 ‘사상 최대의 경제사절단’과 함께 중남미 순방을 떠났다. 세월호 참사는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며 없애버린 규제, 성장에 도움이 안 된다며 방치한 위험, 비용 부담으로 외면한 안전 관련 투자 등이 빚은 결과다. 그런데도 하필이면 이날 경제 외교를 빌미로, 그것도 여전히 차가운 바닷속에 누워 있는 9명을 찾아낼 계획도 내놓지 못한 채 순방을 떠난 대통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기획한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는 ‘공공성의 결여’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공공성이 가장 낮은 나라다. 사회적 신뢰, 공정성, 투명성 등이 낮아 나타나는 공공성의 결여는 사회의 위험 수준을 높이고, 위험관리 역량을 떨어뜨린다. 특히 대한민국은 이윤을 추구하는 시장의 영향력과 그에 대한 사회적 견제력 사이의 긴장관계에서 시장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한 사회여서, 공공성이 자리할 틈이 별로 없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듯, 재난이 발생하면 희생양 찾기와 처벌에 급급해 재난을 되풀이하지 않을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내지 못한다. 네덜란드는 국토 대부분이 해발 1m 이내여서, 바닷물의 범람으로 인한 상시적인 침수 위험에 놓인 나라이자, 오이시디 국가 가운데 공공성이 최상위권인 나라다. 1953년 1836명이 숨지고 7만2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북해 대홍수를 겪은 네덜란드는 ‘델타 위원회’를 구성해 재난의 진상을 밝히고 치수 사업, 홍수 방어·관리 체제 구축 등을 통해 수해에 대비하고 있다. 기존의 홍수 방어 시스템이 잘못됐을 가능성을 검토해 사고 수습과 복구 대신 예방과 대비로 시스템 자체를 바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재난을 예방하는 길”은 결국 신뢰와 투명성 확보를 통한 공공성의 재구성, 시스템의 문제를 과감히 드러낼 ‘외재화’의 용기, 그리고 “오래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화상 자국을 안은 채 살아가야 하는 이들, 그리고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할 일이 있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은 시인 진은영과의 대담집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에서, 유가족들에게 “아이에 대한 사랑을 완료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간절히 바라고 눈물을 흘려주는 것”처럼 유가족들과 이웃이 마음을 나누고 서로의 치유자가 돼야만 세월호라는 사회적 트라우마에서 다 함께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참사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트라우마 치유의 첫 단계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장덕진 외 지음/한울아카데미·2만2000원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정혜신·진은영 지음/창비·1만3800원 기어이, 떠났다. 꼭 1년 전 4월16일 ‘세월호 희생자·실종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얻은 가슴의 화상 자리는 패륜의 언어와 모멸의 눈빛에 덧나 여전히 피가 흘러내리는데, “마지막 한명까지 끝까지 찾아주겠다. 유족들의 여한이 없도록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겠다”던 이 나라 행정부 수반은 ‘사상 최대의 경제사절단’과 함께 중남미 순방을 떠났다. 세월호 참사는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며 없애버린 규제, 성장에 도움이 안 된다며 방치한 위험, 비용 부담으로 외면한 안전 관련 투자 등이 빚은 결과다. 그런데도 하필이면 이날 경제 외교를 빌미로, 그것도 여전히 차가운 바닷속에 누워 있는 9명을 찾아낼 계획도 내놓지 못한 채 순방을 떠난 대통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기획한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는 ‘공공성의 결여’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공공성이 가장 낮은 나라다. 사회적 신뢰, 공정성, 투명성 등이 낮아 나타나는 공공성의 결여는 사회의 위험 수준을 높이고, 위험관리 역량을 떨어뜨린다. 특히 대한민국은 이윤을 추구하는 시장의 영향력과 그에 대한 사회적 견제력 사이의 긴장관계에서 시장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한 사회여서, 공공성이 자리할 틈이 별로 없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듯, 재난이 발생하면 희생양 찾기와 처벌에 급급해 재난을 되풀이하지 않을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내지 못한다. 네덜란드는 국토 대부분이 해발 1m 이내여서, 바닷물의 범람으로 인한 상시적인 침수 위험에 놓인 나라이자, 오이시디 국가 가운데 공공성이 최상위권인 나라다. 1953년 1836명이 숨지고 7만2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북해 대홍수를 겪은 네덜란드는 ‘델타 위원회’를 구성해 재난의 진상을 밝히고 치수 사업, 홍수 방어·관리 체제 구축 등을 통해 수해에 대비하고 있다. 기존의 홍수 방어 시스템이 잘못됐을 가능성을 검토해 사고 수습과 복구 대신 예방과 대비로 시스템 자체를 바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재난을 예방하는 길”은 결국 신뢰와 투명성 확보를 통한 공공성의 재구성, 시스템의 문제를 과감히 드러낼 ‘외재화’의 용기, 그리고 “오래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화상 자국을 안은 채 살아가야 하는 이들, 그리고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할 일이 있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은 시인 진은영과의 대담집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에서, 유가족들에게 “아이에 대한 사랑을 완료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간절히 바라고 눈물을 흘려주는 것”처럼 유가족들과 이웃이 마음을 나누고 서로의 치유자가 돼야만 세월호라는 사회적 트라우마에서 다 함께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참사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트라우마 치유의 첫 단계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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