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신경림, 다니카와 슌타로. 사진 예담 제공
신경림-다니카와 슌타로 ‘대시·대담’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동시 출간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동시 출간
신경림(80) 시인과 일본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84)가 전자우편으로 주고받은 시와 두 차례 대담록을 담은 시·대화록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예담)가 두 나라에서 동시에 나왔다. 출간에 즈음해 서울에 온 다니카와와 신 시인은 23일 나란히 기자간담회를 했다.
“두 시인이 차례로 써서 주고받는 시를 ‘대시’(對詩)라고 합니다. 저는 일본 시인은 물론 외국 시인들과도 몇번 대시를 시도해보았습니다만, 한국 시인과는 처음이었습니다. 언어는 다르지만 친근감이 느껴지는데다 공통점도 많아 대시를 쓰는 작업이 즐거웠습니다.”(다니카와)
“저는 대시라는 걸 처음 써보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좀 망설여지기도 했는데, 써나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이 느껴지더군요. 한일이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역사적 상흔 때문에 정치·외교적으로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 문인들이 이런 작업을 통해 숨통을 틔웠다는 반응이 고무적이었습니다.”(신경림)
지난해 1~6월 두 시인은 시로 대화를 나누던 한가운데서 세월호 침몰 사고를 함께 지켜봤다. 다니카와 시인은 “세월호 참사를 거치면서 대시 작업이 한결 드라마틱하고 긴박감을 지니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신 시인은 “너무 비통해서 시를 쓰고픈 마음이 없어질 정도였지만, 시로써 내 복잡한 마음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에 더 진지하게 작업에 임했다”고 말했다.
“남쪽 바다에서 들려오는 비통한 소식/ 몇백 명 아이들이 깊은 물속/ 배에 갇혀 나오지 못한다는/ 온 나라가 눈물과 분노로 범벅이 되어 있는데도 나는/ 고작 떨어져 깔린 꽃잎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신경림)
“별 이름 모르고 싶다/ 꽃 이름 외우기 싫다/ 이름이 없어도 있어도 다 같이 살아 있는데/ 신은 명명 이전의 혼돈된 세계에서/ 다만 졸고 있으라”(다니카와)
2012년 <신경림 시선집: 낙타를 타고> 일본어판 출간 당시 일본에서, 이듬해 다니카와의 동화책 <여기에서 어딘가로>와 <와하 와하하의 모험> 한국어판 출간에 즈음해 한국에서, 두 시인이 두 차례 나눈 대담도 책에 수록되었다.
두 시인은 23일 저녁 서울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 출간 기념 시낭송 콘서트도 열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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