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후보’ 재미작가 이창래씨…‘영원한 이방인’ 개정판 출간
“나이가 들수록 한국에 오는 게 편하고 즐겁습니다. 한국말도 좀 나아졌구요. 엊그제는 시차 때문에 새벽 다섯시에 깨서 숙소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순댓국밥집에 들어갔어요. 그 시간에 택시기사와 배달하는 분 등 많은 손님들이 있더군요. 마치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 간 것처럼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말이에요. 저는 물론 말이 서툴러서 어울리지는 못하고 지켜볼 뿐이었지만, 미국에서라면 불가능할 이런 한국식 문화가 무척 행복했어요.”
한국계 미국 작가 이창래(50·사진)씨가 1995년 등단작인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의 한국어판(정영목 옮김·알에이치코리아 펴냄) 개정 출간에 즈음해 13일 낮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영원한 이방인>은 한국계 미국인 헨리 파크(박병호)가 아버지·아내와 겪는 갈등, 한국계 정치인 존 강의 뒷조사를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96년 ‘펜/헤밍웨이 문학상’을 비롯해 6개 주요 문학상을 받았다. 지난해 다섯 번째 소설 <만조의 바다 위에서>(On Such a Full Sea)를 내놓으며 미국 문단의 대표 작가로 자리잡았다.
그는 “지금 젊은 작가들은 꼭 ‘한국계’라기보다는 그냥 ‘미국 작가’로 간주될 정도로 미국 사회와 문화에 적응했다”며 “한국 영화와 음식 등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미국 사회에서 중국·일본과 같은 비중으로 한국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미국 문학은 어떤 하나의 경향이 있다기보다는 어디에서 어떤 새로운 목소리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남부 이민자들, 흑인 여성 작가들, 아시아계 등 매우 풍요롭고 놀라운 작가들이 끊임없이 새로 나타납니다. 미국이 비록 완벽한 나라는 아니지만 이처럼 줄기차게 새로운 요소들로 재충전된다는 점에서 위대하고 경이롭지요.”
자신이 영국 도박 사이트 등에서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재미있긴 하지만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고 말한 그는 디지털 시대에도 문학의 역할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회견을 마무리했다.
“삶은 결코 디지털적 이분법으로 환원될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것입니다. 삶이 언제나 매우 신비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문학은 그처럼 아날로그적인 삶을 표현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에요. 사람들이 진지한 의미를 경험하거나 창조적인 일을 하자면 문학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학과 글쓰기야말로 그런 일에 적합하고 필수적입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한국계 미국 작가 이창래씨. 사진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