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국내 1호 야생 영장류학 박사의 밀림 탐험기

등록 2015-05-14 20:50

비숲
김산하 지음/사이언스북스·1만9500원

학교 교육을 통과하고도 다행히 과학에 흥미를 잃지 않은 사람이라면, 제인 구달과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 등의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다. 밀림 속에서 각각 장시간에 걸쳐 침팬지와 고릴라, 오랑우탄을 연구한 학자들이다. 제인 구달이야 명성이 높고, 밀렵꾼들에게 살해당한 다이앤 포시의 비극적 운명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현장 연구의 개척자이고, 여성이라는 점으로 대중적 시선을 끌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야생 영장류를 현장에서 연구한 학자가 있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엔 영장류(또는 원숭이)가 살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네 생활과 원숭이는 많이 떨어져 보이는 게 사실이다. 영장류 연구는 부자 나라 이야기로만 알았는데….

지은이는 인도네시아 구눙할리문살락 국립공원에서 ‘자바긴팔원숭이의 먹이 찾기 전략’을 연구해 박사학위(야생 영장류학)를 받았다. 야생 영장류 박사로 우리나라 처음이다. 유인원 가운데 침팬지와 고릴라는 아프리카 동물인 반면, 긴팔원숭이는 오랑우탄과 함께 아시아에만 산다고 한다. 이 책은 그가 논문을 위해 2년 동안 인도네시아 밀림에서 살면서 느끼고 배웠던 것을 풀어낸 것이다. 2013~14년 <한겨레> 토요판에 20회에 걸쳐 연재한 ‘긴팔원숭이박사 김산하의 탐험’을 묶어 냈다.

‘원숭이 박사’가 쓴 책이라고 해서 과학적 발견에 대한 딱딱한 설명으로만 채워진 건 아니다. 오히려 지은이의 독특한 체험이 담긴 현장르포에 가깝다. 이를테면 그가 원숭이 연구를 위해 밀림에 처음 발을 들이는 과정(1장 도착)과 그곳에서 처음 원숭이를 발견한 순간(2장 추적) 등을 생동감 있는 문체로 그려냈다. 어릴 적부터 동물을 사랑했을 뿐 아니라 그림을 좋아했다는 필자의 ‘자랑’처럼, 책의 중간중간 보여주는 그림도 밀림 생활의 실상을 잘 전달한다.

독자는 긴팔원숭이의 집단생활에 대한 지은이의 관찰 결과를 통해 유인원 연구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것이다. 긴팔원숭이도 집단생활을 하는 만큼 서로간의 관계에 삶의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다.

책의 더 큰 장점은 밀림에 대한 지은이의 묘사와 설명이다. 밀림 속에는 수많은 생물이 뒤섞여 살지만 평상시엔 야생동물 찾기가 쉽지 않다는 등 상식을 깨는 밀림의 실상을 전해준다. 무엇보다 밀림의 강하고 놀라운 생명력을 서술하는 대목에서 지은이의 글재주가 빛난다. 자연과 생명을 아끼는 삶의 태도와 이야기꾼 기질은 푸른바다거북 이야기를 담은 <바람이 불어오는 길>(아치 카 지음)을 떠올리게 한다. 제목이 ‘비숲’인 이유는 책의 막바지에 나온다. 비가 하늘과 땅을 맞닿게 할 정도로 가득 내린다는 것인데, 실제 그곳엔 그런 비가 내린다고 한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