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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개인주의에 대처하는 사민주의의 자세

등록 2015-05-14 20:53

사회민주주의의 시대-
북유럽 사민주의의 형성과 전개
1905~2000

프랜시스 세예르스테드 지음
유창훈 옮김/글항아리·3만2000원

스칸디나비아 지방에서 기틀을 잡은 사회민주주의의 정치적 세력화와 이에 근거한 복지국가의 성과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영역이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반복되는 위기는 북유럽 모델에 대한 관심을 더욱 부채질하는 배경이 된다. 그러나 북유럽 모델로부터 빛나는 ‘과거의 유산’만을 취한다면 진정한 대안은 더욱 찾기 어려워질지 모른다.

노르웨이의 역사학자인 프랜시스 세예르스테드가 지은 <사회민주주의의 시대>는 노르웨이와 스웨덴 두 나라에서 사민주의가 지난 100년 동안 어떻게 경제성장과 복지를 함께 실현해왔는지 톺아보는 책이다. 지은이는 북유럽 사민주의의 발전 국면을 3단계로 정리한다. 첫번째 국면은 스웨덴-노르웨이 연합이 해체된 1905년부터 사민주의 세력이 정부 권력을 잡은 1930년대 말까지로, 근대국가 건설의 근간이 만들어진 시기다. 두번째 국면은 1930년대 말부터 1970년대까지로 다양한 세력들과의 타협 위에서 사민주의 질서가 전사회적으로 안착한 시기다. 이 과정은 이미 많은 저술들을 통해 국내에도 잘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여기서 지은이가 주목하는 지점은 북유럽 사민주의 세력이 정치적인 패권을 바탕으로 삼아 자신들의 이상을 펼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사실이다. 서유럽의 사민주의 모델들을 놔두고 스웨덴과 노르웨이를 주된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이유도 “오로지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만 사회민주당이 인정할 만한 패권을 쥐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는 산업화 이전에 민주주의화된 반면 스웨덴은 반대의 궤적을 따랐다는 등 서로의 차이가 있지만, 두 나라 모두 ‘정치’를 통해 사민주의를 헤게모니적 질서로 삼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1970년대부터 20세기 말까지 이어지는 세번째 국면에 대한 지은이의 분석은 무척 독특하다. 복지국가라는 눈부신 성과를 달성한 사민주의의 패권적 지위가 오히려 흔들리기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사민주의는 “평등과 자유는 융합될 수 있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삼고 통합과 연대를 통해 패권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탈근대’ 또는 ‘제2의 근대’에 돌입하고 개인주의가 폭발적으로 분출하면서, ‘국민의 집’을 지어온 국민국가는 오히려 그 힘을 잃었다. 정부는 시장에 대한 사업영역을 포기하면서 후퇴했고, 재계는 더이상 정치에 예속되지 않았다. 평등과 통합에 대한 요구는 점차 자유와 다양성에 대한 요구로 바뀌었다.

지은이는 그동안 사민주의 세력이 간과해온 ‘자유’ 개념에 대해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평등과 통합을 구축하기 위해 ‘개인은 도덕적 질서의 일부’라는 식의 가부장적인 ‘적극적 자유’의 개념만을 장려하고, 개인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소극적 자유’ ‘공화주의적 자유’ 같은 개념들을 도외시했다는 지적이다. 지은이는 정치를 통해 새로운 체제를 만들었던 사민주의의 역사적 발자취를 상기하며, 다시 한 번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정체성의 모든 변화는 재탄생의 한 형태를 함축한다”는 것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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