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도시의 상처 ‘자연’스레 낫더라

등록 2005-10-06 19:22수정 2005-10-07 15:16

양문규 시집 <집으로 가는 길>
양문규 시집 <집으로 가는 길>
충북 영동의 시인 양문규(45)씨가 새 시집 <집으로 가는 길>(시와 에세이)을 묶어 냈다. <벙어리 연가>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에 이어 세 번째 시집이다.

오랜 서울 살이를 청산하고 몇 해 전 고향 영동으로 내려간 시인은 집과 절을 오가며 꽃과 나무, 새와 곤충 따위와 더불어 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모양이다. 그의 시집은 산과 강, 하늘과 땅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가운데 그 자신 자연 속의 한 존재로서 다른 자연물들과 어우러지며 빚어내는 풍경을 노래한다. 그 풍경은 “홀로 걸으며,/나 혼자만이 바라보는 풍경”(<천변 걷는다>)이지만, 외롭다기보다는 호젓하고 ‘스스로 그러하다’는 자연(自然)의 본디 뜻에 가까운 색채를 지닌 풍경이다.

양문규씨의 시집에 도시 생활에서 얻은 상처와 환멸의 흔적이 언뜻언뜻 비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도끼날에/어둑어둑/찢겨 날아간 생”(<장작 패는 남자>)과 같은 대목은 그의 낙향을 곧바로 낙오(落伍)로 이해하고픈 강렬한 유혹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의 더 많은 시들은 다른 해석의 여지를 제공한다. “사랑이니 희망이니/바닥을 드러냈던/부정한 날들이/둥둥 떠밀려 내려가고,”(<물봉선화>) “높고 낮은 곳 없이/두루 비추는 햇살 받으면서/양지쪽 바른 곳부터 꽃은 피어난다/나도양지꽃”(<나도양지꽃>) 같은 구절들이 그러하다.

시집을 통독하면서 짐작해 보건대 그의 이런 낙관의 근거는 고향의 자연과 사람들이 환기시키는 따뜻한 추억의 힘과 치유 능력인 것 같다. 그의 기억의 근저에는 “들밭머리 풀숲에서/집 가까이 양지쪽/두루 따뜻했던 세상”(<쇠똥구리>)이 일종의 원형적 심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번 그런 세상을 경험하고 목격했던 기억은 그런 세상이 다시 가능하리라는 희망과 기대를 불 지핀다. 표제작의 마지막 대목은 그런 희망과 기대를 숨김 없이 노출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많은 꿈들 울음으로 메마른/그 못난 사내,/앞길 열어 보여주기도 하면서/산채만 한 슬픔이며 아픔/살포시 감싸안아주기도 하는 것이다”(<집으로 가는 길>)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