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퀴즈 맞히면 강경소금이 한 상자

등록 2015-07-13 19:50수정 2015-10-21 18:17

작가 박범신이 11일 오후 대전에서 자신의 팬클럽이 마련한 낭독회에 참가한 이들에게 소설 <주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 박범신이 11일 오후 대전에서 자신의 팬클럽이 마련한 낭독회에 참가한 이들에게 소설 <주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범신 신간소설 ‘주름’ 낭독회
대전 카페에 팬클럽 200명 모여
한 대목씩 읽고 퀴즈·노래 한마당
“아, 달고 시고 쓰고 짠 눈물이여/ 어디에서 와 어디로 흐르는가/ 당신이 떠나고 나는 혼자 걸었네/ 먼 강의 흰 물소리 가슴에 사무치고/ 나는 깨닫네 사는 건 먼 눈물이 오가는 길(…)”(박범신 소설 <소금> 중 노랫말 ‘눈물’ 앞부분)

방송인 겸 시낭송가 이삼남씨의 낭랑한 목소리가 실내에 울려퍼졌다. 11일 오후 5시 대전시 서구 둔산동의 한 아웃도어용품점 2층 카페는 200명 가까운 청중으로 빽빽했다. 박범신 소설 <주름> 출간을 기념해 그의 팬클럽 ‘와사등(와초를 사랑하는 등대; ‘와초’는 박범신의 호)’ 주최로 열린 자유 낭독회에 참석한 이들이었다.

이 아웃도어용품점 주인이기도 한 산악인 이상은씨의 사회로 진행된 낭독회는 시종 유쾌하고 따뜻했다. 행사를 여는 이삼남씨의 낭송에 이어 조은주씨의 오카리나 연주, 진채밴드를 이끄는 싱어송라이터 정진채가 역시 <소금> 중 ‘눈물’에 곡을 붙인 노래 등 공연에 이어 와사등 회장인 이평전 서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를 비롯해 독자 여섯사람이 무대로 나와 <주름>에서 한 대목씩을 낭독했다. 객석에 앉은 작가 박범신이 그 모습을 지긋이 지켜보았다.

“내가 50대가 됐을 때 솔직히 말해 나는 인생의 본문을 다 써버린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다.(…)그러나 삶이란 끝이 없다. 삶이 계속되는 한 어느 날 갑자기 우리들 뒷덜미를 사정없이 잡아채어 수렁 속으로 내던지고 마는, 악마의 손길 같은 삶의 어두운 변수는 결코 끝나는 법이 없는 것이다.”(<주름> 48쪽)

진지하고 다소 숙연하기까지 한 낭독 시간에 이어서는 분위기를 바꾸어 <주름> 관련 퀴즈가 이어졌다. ‘이 소설은 이번이 세번째 개작 출간인데, 첫 출간 당시 제목은?’ ‘소설 여주인공 천예린의 직업 두가지는?’ ‘천예린이 생의 마지막 순간 김진영과 함께 있었던 바이칼 호수 안 섬 이름은?’ 소설을 미리 읽고 온 청중들은 질문이 끝나자 마자 손을 들고 정답을 척척 말했다. 그들에게는 소설 <소금> 주인공 이름을 딴 ‘선기철 강경 소금’ 한 상자씩이 선물로 주어졌다.

미리 준비한 이들 말고 객석에서 신청한 몇 독자의 ‘자유 낭독’까지 마친 뒤 드디어 작가가 무대 앞으로 나왔다.

시 낭송에 이어 작가는 소설 <주름>에 관해 좀 더 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주름>은 이번이 세번째 개작 출간입니다. 한 작품을 이렇게까지 질기게 붙들고 늘어진 경우가 나로서도 달리 없어요. <주름>은 삶이 선사하는 시간의 주름에 맞서는 에로티시즘의 생성과 성장과 소멸을 그린 소설입니다. 야한 게 목적이 아니라, 지난 50여년 개발의 연대에 억압되었던 본성과 본능을 해방시키고자 하는 거죠.”

작가는 “여느 출판기념회와 달리 고향 작업실에서 가까운 대전에서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이렇게 따뜻한 출판기념회를 열다니, 내가 행복하게 늙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 박수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작가는 박인희 노래 ‘세월이 가면’과 최백호의 ‘길위에서’를 불렀다.

“‘길위에서’라는 노래는 사실 내 목소리와는 잘 안 어울리는 노래인데, 어느날 우연히 듣다가 울컥하는 바람에 연재소설로까지 쓰게 된 노래예요. 바로 어제 연재가 끝난 소설 ‘꽃잎보다 붉던’에도 이 노래 가사가 나옵니다. 혹시라도 표절 얘기가 나올까 봐 최백호씨한테 허락도 받았어요.(웃음)”

작가의 중학교 동창으로 낭송회를 멋드러지게 마무리한 황철씨의 색소폰 연주를 포함해 이날 출연진들은 모두가 무료 자원봉사로 행사에 참여했다. 널찍한 공간을 제공하고 사회까지 맡은 이상은씨와 남편인 산악인 김성선씨 부부를 비롯한 팬클럽 열성 회원들도 역시 무료로 품을 팔았다. 팬클럽 회장 이평전 교수는 “박범신 선생의 소설을 사랑하는 이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힘을 보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다”며 “작가의 고향인 논산시와 함께 운영하는 디지털 문학관(www.ewacho.com)을 근거지로 삼아 박범신 팬클럽 활동을 지역 문화운동과 연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전/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