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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2022년 프랑스에 무슬림 대통령이 출현한다!

등록 2015-07-16 19:56

복종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문학동네·1만4500원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공격을 받은 올 1월7일에 발행된 1177호 표지에는 작가 미셸 우엘벡의 캐리커처가, 13면에는 그의 친구인 경제학자 베르나르 마리스가 우엘벡의 신작 소설 <복종>을 다룬 서평이 실렸다. 마리스는 테러 희생자 열두명에 포함되었다.

<복종>은 책이 나오기 전부터 자극적인 내용이 알려지면서 숱한 논란을 낳았다. 우엘벡은 앞선 작품들에서도 여성 비하와 실명 비판, 이슬람 혐오 발언으로 꾸준히 논란의 대상이 되었지만, <복종>이 불러일으킨 논란은 그 성격과 강도가 사뭇 달랐다. 이 소설이 주는 충격은 2022년 프랑스에 이슬람 정권이 들어선다는 설정에서 비롯된다. 1차 투표에서 양대 정당인 우파 대중운동연합과 좌파 사회당이 몰락하고 극우 국민전선과 이슬람 정당인 이슬람박애당이 1위와 2위를 차지해 결선투표에 나간다. 1차 투표 1위를 차지한 국민전선의 집권을 막고자 좌파와 우파 정당들은 이민자 출신인 이슬람박애당의 온건 무슬림 후보 벤 아베스를 지지하기로 하고 결국 벤 아베스는 2차 투표에서 승리해 프랑스 최초의 무슬림 대통령이 된다.

소설의 초점은 파리3대학(소르본) 교수인 프랑수아스. 40대 독신남인 그는 학기가 바뀔 때마다 여학생 중에서 새로운 섹스 파트너를 고르는 것을 거의 유일한 생의 활력으로 삼는다. 작가는 프랑수아스의 동료 교수 남편인 정보부 출신 알랭 타뇌르와 새 정권 아래서 파리3대학 총장이 된, 개종한 무슬림 로베르 르디제로 하여금 프랑스에 최초로 무슬림 대통령이 들어서게 된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게 한다. 요지는 기독교와 공화제를 근간으로 삼은 “유럽이 이미 자살을 감행했다”는 것, 따라서 북아프리카 모로코, 알제리, 리비아, 튀니지에 이집트까지 ‘대유럽’에 포함시켜 (이슬람이 주도하는) 새로운 ‘로마 제국’을 건설하는 것이 시대의 요청이라는 것이다. 무슬림 정권을 불안하게 바라보던 프랑수아스는 소설 말미에서 결국 이슬람으로 개종하면서 그것이 “두번째 삶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하는데, 그 기회는 무엇보다 일부다처제가 보장하는 섹스의 기회를 가리킨다. ‘복종’이라는 제목은 신에 대한 인간의 복종과 남자에 대한 여자의 절대 복종을 아울러 뜻한다는 설명도 있다.

<복종>이 나오자 이 소설이 이슬람 공포를 확산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불거졌다. 우엘벡이 과거 인터뷰에서 “이슬람은 가장 멍청한 종교”라고 발언했던 일도 새삼 상기되었다. 그러나 우엘벡 자신은 그 뒤 <파리 리뷰>와 한 인터뷰에서 코란을 실제로 읽어 보고는 이슬람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한 바도 있다. 실제로 <복종>에서 프랑스 최초의 무슬림 대통령 출현이라는 상황은 지극히 건조하고 객관적으로 서술된다. 특유의 독설과 아이러니가 사라져 오히려 심심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소설의 마지막 문장 “후회할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을 터였다”에서는 어쩐지 조지 오웰 소설 <1984>의 마지막 문장들이 겹쳐 들리는 느낌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잘 되었다. 싸움은 끝났다.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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