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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페미니즘 닻올린 지 20년…존재 그 자체가 증거이자 기록”

등록 2015-07-22 21:16

아시아여성학센터 두 축…이대 장필화·김은실 교수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의 두 주축, 장필화 소장(왼쪽·여성학과 교수)과 김은실 여성학과 교수.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의 두 주축, 장필화 소장(왼쪽·여성학과 교수)과 김은실 여성학과 교수.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1995년은 세계 여성학의 발전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그해 ‘베이징 세계여성회의’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여성에게 힘과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행동강령으로 명시했고 한국에서는 ‘아시아 페미니즘’이 처음 닻을 올렸다.

‘백인 이성애자 남성’ 시각에 맞서
1995년 발족, 41개국 700명 네트워크
아시아 넘어서 초국적 연대 꿈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아시아여성학센터 소장 장필화 교수(이화여대 여성학과)는 아시아 여성학계의 석학이다. 한국 최초의 여성학 교수로 특히 ‘여성과 발전’ 분야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녔다. 같은 과 김은실 교수(이대 한국여성연구원 원장)도 아시아여성학센터의 창립실행위원으로서 오랫동안 함께 일해왔다. 두 사람은 “아시아 여성학은 여전히 진행중이고 새롭게 부상하는 개념이자 범주”라고 입을 모았다.

“1995년부터 이상화(철학), 김선욱(법학·전 총장), 허라금(여성학) 교수 등과 함께 2년 동안 매주 만나 열정적으로 토론했지요. ‘아시아 여성학’이라는 개념을 처음 만든 것입니다.”(장필화)

아시아 여성학은 서구 중심의 시선을 극복하고 아시아 여성들의 경험과 정체성에 기초한 이론과 실천을 발전시키는 데 목적을 두었다. ‘서구 백인 이성애자 남성’을 기준으로 한 관점만이 중립적·보편적인 것이라는 주류 지식생산 시스템에 맞서는 일이기도 했다. 이는 치열한 정치적 행위여서, 자국에서 목숨을 걸고 일해온 아시아·아프리카 여성/소수자 인권 활동가들과 여성학자들은 국가적 틀을 넘어선 공동체에서 비로소 긴장감을 내려놓고 힘과 네트워크를 얻어갔다.

그동안 아시아여성학센터는 영문학술지(AJWS) 발간, 아시아 여성학 교과과정 개발, ‘한-아세안 협력사업’인 차세대 여성학자 훈련 등의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현재 41개국 7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아시아여성학회(AAWS)를 2007년 창립한 것은 큰 성과다. 논문을 발표하며 이들은 여성살해(페미사이드)처럼 젠더에 기초한 폭력, 근본주의 종교의 여성차별, 여성교육을 가로막는 불평등, 지구화와 여성노동 등에 대해 서로 가르치고 배웠다.

“아시아·아프리카 여성들에게는 초국적 공간이 절실했어요. 자기 나라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을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해결하는지 질문과 답변을 통해 상호배움을 할 수 있었습니다.”(김은실)

센터는 1996년 ‘아시아의 가부장제와 여성 의식의 성장’이라는 학술대회를 시작으로 학자들의 네트워크와 학술교류를 본격화했다. 장 교수는 “처음 센터를 만들었을 때는 아시아 지역의 동지로서 서구처럼 제국주의적, 패권주의적인 방식과 다른 관계를 맺을 자신이 있는지 질문을 받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각국 여성주의자들은 처음에 ‘까칠하게’ 의구심을 가졌지만 점점 신뢰를 구축했다.

‘이화글로벌임파워먼트 프로그램’(EGEP)은 센터의 대표적인 교육 연수 과정이다. 매년 2차례 25명 안팎의 아시아·아프리카 비정부기구 활동가들을 모아 2주 동안 교육해 지금까지 8회가 진행되었다. 인도 달리트(불가촉천민) 출신의 여성인권 운동가, 미얀마 소수민족 여성들의 안전과 평등을 지원하는 단체 활동가, 인도네시아 성소수자(LGBTI) 권리증진 재단 변호사, 성폭력 고문피해자를 돕는 스리랑카 기자 겸 인권운동가 등이 이곳을 찾았다. 이들의 이야기는 최근 <변화를 만드는 초국적 여성운동>이라는 책으로 묶여 나왔다. 김 교수는 “한국 여성학은 이미 아시아 여성학”이라며 “아시아 여성들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기 재현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아시아 여성활동가와 지식인들은 각국에서 서로 다른 어려움을 겪지만 비슷한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아시아 페미니스트들은 그 존재 자체가 중요한 ‘증거’요 ‘기록’이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매번 일본군 ‘위안부’ 수요집회에 참여하는 것도 그런 아시아 여성들의 공감과 연대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

“그간 20년은 서구를 경유하지 않고 아시아가 직접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국가를 넘어서서 함께 억압적 요소에 대항하는 방식을 학습했던 겁니다. 이제 아시아 여성학의 관심이 나아가 모든 주변인과 타자들에게까지 확장되리라 기대합니다.”(장필화)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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